아침 산을 내려 오는데 저 앞의 길에 나와 나를 마중하는 듯한
청솔모를 보았다.
사진을 찍어 두려고 휴대폰을 꺼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근데 요게 피하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1m 앞까지 가서 사진을 계속 찍었다.
청솔모는 마치 내게 포즈를 취해 주듯이
쪼르르 나무 위로 올라가서
팽그르르 가지를 돌아 나를 보며 따라오라 했다.
길 가의 큰 소나무 대여섯 그루를 가볍게 건너고 또 건너며
내 손이 닿을 듯 한 높이에 오르락내리락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앞 나무 또 그 앞 나무 계속 옮겨 가면서
느린 동작으로 나무 몸통에 붙어서
나를 내려다보고 다시 가지에 올라가기도 하며
내게 포즈를 취해 주었다.
계속 가까이 따라가며 '요 녀석 봐라 웬일이니.'
하며 사진을 찍어 대었다.
그 때에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제야 나무 꼭대기로 빠르게 올라가 버렸다.
마치 어버이날 딸도 아들도 멀리 있어
휑한 내 앞 가슴에 꽃 한 송이 대신
재롱으로 기쁨을 주려는 듯 나타난 것만 같은 청솔모 덕분에
잠시 동안 마음이 흐뭇하였다.
200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