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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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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았는데


BY 자화상 2008-09-22

 


오늘은 웬일인지 설겆이까지 마쳤는데

 아침 일곱 시 반이었다.

 남편도 서둘러 출근하니 산에 올라 갈 시간이 당겨졌다.

 

 마음속으로 내가 아는 모든 이,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수없이 내려앉은 아카시 꽃들을 밟고 걷는데

 멀리 앞 서 가는 어느 남자 분이 보였다.

 한 손에 검은 비닐을 들고 쓰레기를 주우며 걷고 있었다. 

 매일 쓰레기를 주우시며 산을 오르내리시는 퇴직 교육공무원

 이셨다던 그 분 말고 또 다른 분이 쓰레기를 줍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렇구나!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는데도 저렇게 남모르게

 선행을 하시는 분이 또 있었구나.'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어쩐지 봄부터 그 분이 안 보이는데 산길이 참 깨끗하였다.

 

 마음으로 '복 받으세요' 하면서 지나쳐 갔다.

 사실 나무들에게 부끄럽기도 하였다.

 사철을 내게 행복을 주는 나무들에게 돌려주는 것 없고

 얻어가기만 하니 말이다. 

 

 내려오는 길에 벚나무 아래에서 뭔가를 하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뭐하시나 들여다보았더니 옆에 죽은 까치 한 마리를

 두고 땅을 파고 있었다.

 '아, 죽은 까치를 묻어 주려는 것이구나.'

 하고 고개만 끄덕이며 지나왔다.

 산에 올라 갈 때 풀숲에 죽어 있는 까치를

 보고 '아이구 불쌍해라.'하며 지나갔는데,

 묻어주지도 않고.

 이렇게 나는 자연에게 베풀 줄을 모른다는 사실에

 반성을 해보았다.

 나도 달라져야겠다고.

 

2008-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