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둘이 같이 춤추는 거예요."
의외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섯 살 여자애의 입에서 너무 맑고 순수한,
명답이 나왔다.
그것도 생각하거나 망설임 없이
묻자마자 바로 자신감 있게 눈까지 웃으며
한바퀴 빙 돌아 치마 깃을 펼치며
마치 지금 그 오빠와 춤을 추는 듯 행복해 했다.
내게 개인지도로 바둑을 배우고 있는
다섯 살 세빈이가
사나흘마다 오빠들을 바꾸어 가며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 눈높이로
조그만 얘가 왜? 결혼을 그리 하고 싶을까?
결혼하면 행복과 불행도 함께 사는 것을
뭐가 그리 좋아 보이 길래......,
이렇게 생각하던 중
어제도 또 다른 오빠를 좋아한다며
엄마 아빠만큼 크면 결혼 하겠다고 해서
궁금하여 물었다.
"너 결혼이 뭐하는 건지 알아?"
묻자 말자 바로
"결혼은, 둘이 같이 춤추는 거예요."
이랬던 것이었다.
그렇구나.
둘이서 춤을 출 수 있는
결혼 생활이라면 결코 불행은 없겠지.
너무 쉬운 걸 우리 어른들은 잊고 힘들어 한다.
이러니 어리석은 내가 기다렸던 대답도
둘이 같이 사는 거, 아니면
둘이서 뽀뽀 하고 아기 낳는 거,
그것도 아니면
둘이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
뭐 이정도에서 아는 체 하겠지 했건만,
뜻밖의 대답에 내 얼굴만 화끈거렸다.
아이에게 맞게 결혼에 대한 설명을
멋지게 해주려고 머리 굴리고 있던
나는
결국 꼬마의 눈높이로 낮추어
둘이 손잡고 춤을 추었다.
"공주처럼~ 이렇게~"
하며 날을 듯한 세빈이의 춤은
한 마리 예쁜 나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