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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는 나몰라


BY 자화상 2008-09-04

 

 


 

아, 9월의 나날들은 내게 유난히도 짧게 스쳐갔다.

새벽한시에 잠을 자고 다섯 시에 일어나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생활이었다.

늘 부족한 잠은 오후에 사무실에서 학원생들이 안 오는 틈에 10분씩 졸고

정신을 차렸다.

산에는 어쩌다 한 번씩 다녀왔더니 이젠 더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



중순부터서 아직 다가오고 있는 기나긴 연휴의 추석명절이 나의 일손을 더디게 하였다.

미리서 차례준비에 필요한 장을 볼 겸 시어머님 뵐 겸 주말에 시골 장을 가려 했던 계획은

두 번이나 사정이 생겨 포기해야 했었다.

그래서 끝내는 대목이 되어서야 가까운 재래시장에서 생선들을 조금 비싼 값에 사야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추석이니까 응당 해야 할 의무를 내 사적인 생각으로 올해만 내 의견에 따라 달라고 하여

그러자고 해놓고는 막상 추석 이틀 전에 남편은 심기 불편한 태도를 내보였다.

그래서 속이 상한 나는 그래도 차례는 지내야 하니까 마음 다스리려고 성당에 갔다.

두어 시간 자성하고 반성하고 이해하자 평화를 유지하자 쪽에 마음 두고 집에 돌아왔다.



정성을 다하여 음식을 만들어 놓고 겨우 세 시간 잠을 자고 4시에 일어났다.

정갈하게 머리감고 차례 상을 차려 6시 반에 차례를 마쳤다.

곧바로 식사하고 갖가지의 음식이며 과일들을 챙기고 성묘에 가져 갈 향까지 다 준비하고서

8시에 집을 나섰다.

고 3 아들도 고시 준비하는 딸도 성묘 다녀 오겠다하여 네 식구 오랜만에 함께 하였다.

10시에 시골에 도착하였다.

서울에서 시누이 가족만이 내려와 있어서 같이 성묘하고 점심을 먹었다. 어머님께는

죄송하였지만, 일찍 집을 나섰다.

졸음 운전으로 한 번 큰일 날뻔 하였다가 휴게실에서 잠깨어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눈앞이 어질어질 할 정도로 피곤하였다.

남편이 많이 도와주어서 대청소까지 마쳤다.

그리고 추석 다음 날 어제 아들이 기숙사로 돌아가고 나자 밀린 빨래 마치고 났더니

내 다리에 힘이 빠졌다.

더 이상 나를 움직여 뭔가를 할 수가 없었다.

"나몰라, 더 이상 나 없다."

그리고 누워버렸다.

몇 시간을 잤는지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남편이 먹을 게 없다고 궁시렁대며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시계는 밤 10시를 한참 넘어가고 있었다.

"나몰라."

그러고는 다시 눈 감아 버렸다.

결혼 이십 사년 만에 처음으로 내 속을 보인 말이었다.

아, 올해도 추석명절은 정말 힘들었다.


2007.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