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사에 다녀 오다
청량사_ 하늘 맞닿을 만큼 가파지른 산턱 마루에 이산 저산 봉우리는 연꽃잎처럼 둘러 쳐지고 청량 가람은 꽃술처럼 그 안에 포근히 놓여 느껴지기를 여기가 연화장 세계 어디쯤인가... 오월 천지는 초록뿐이어서 하늘 경계 땅 경계 구분을 얼른 못..
30편|작가: 土心
조회수: 1,341|2006-07-15
이른 아침에
창 문 앞 키 큰 나무 잎새들이 요즘은 하루 다르게 커가는구나. 너 먼저 나 먼저 앞 다투던 꽃잎 자리엔 이제 저렇게 녹색만 남겼는데 그래도 그 사이에 붉은 색 철쭉이 있어 “나 아직 봄 이예요.” 그런다 시샘 바람에 파르르 떨던 여린 녹엽은 어느새 웃자라 ..
29편|작가: 土心
조회수: 1,206|2006-07-15
깊은 밤에
세상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이제는 두루 두루 시야에 담기면서 새삼 그네들의 앉은 인생 자리도 모두 예사롭지 않게 보여 진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 앉은 자리마다 가지가지 다양하게 구분 되는데 그러면 ‘내 자리는?’ 하는 물음이 수순처럼 따라 온다. 아마도 ..
28편|작가: 土心
조회수: 1,199|2006-07-15
나들이
간결하게 꾸린 배낭 하나 가벼이 메고운동화 끈 바짝 졸라 단단히 묶고 보니맘은 이미 풍선되어 발 보다 먼저 앞장선다대문 밖 세상은 아직 잠이 덜 깨 어슴프레 한데어제의 철없던 날씨 왠지 얌전하고 보들하다지레 겁먹고 껴입은 옷 조금 심했나 갸웃은 되어도그래도 다시 들어 ..
27편|작가: 土心
조회수: 1,315|2006-07-15
봄에 찾아 가는 산사 길
찾아가는 산사길 오르막 흐드러진 봄 꽃에 그만 맘은 연분홍되어 그 맘 꽃 가지에 걸어 두고 몸만 갑니다. 쪼잘대는 새소리에도 금새 맘은 깃털에 실려 창공을 날고 그래서 속 빠진 빈 몸만 달랑 달랑 전각을 오릅니다.한 점 구름이 시야에 담기면 맘은 덩달아 운수..
26편|작가: 土心
조회수: 1,331|2006-07-15
병술년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하는 말이 참 살수록 실감나더니, 이제는 급기야 시간이 급류에 휩쓸려 가는 듯 싶다.해가 바뀌어 내 나이 50이 되고 보니 가는 세월에 촌음도 아까워 숨쉬기조차 두렵다는 말이 정녕 과장 아님을 고백한다.해서 이 아까운 시간 보람되게 쪼개 쓸 양으로..
25편|작가: 土心
조회수: 1,177|2006-01-11
강 하늘 나무 비 바람 안개..
"단풍 마저 질라... 보고 싶네....""그래? 그러면 단풍 보러 가지... 갑시다.""아니?!..."남편이 앞장 서고 내가 따라 나선다.집 밖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보니 금방이라도 눈물 한 방울 뚝 떨굴 것 같은 표정이 영 심상치 않다.차에 올라 동네를 빠져 나오는..
24편|작가: 土心
조회수: 1,460|2004-11-11
오늘은....
하늘 구름 낮게 내려 앉고 바람 제법 쌀랑하여 생각 먼저 추워지니 풀어 헤친 단추 채워 옷깃 마저 여미고 느슨해진 목도리 짱짱하게 동여 매며 길을 나선다. 허나 몸에 느껴지는 냉기는 생각 보다 덜한데 어느 바람에 몸을 떨구었나... 지레 먼저 몸을 누인 빛 바랜 낙엽은..
23편|작가: 土心
조회수: 1,217|2004-11-05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서...
남편이 우울증이라는데 내가 왜?가슴 가득 부글거리는 수 많은 감정들이 마치 헝크러진 실타래 같아 따라 풀릴 가닥 하나 잡기가 꽤나 힘이 들고, 쏟아 놓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한 마디도 못하겠는데 그러려니 눈물샘만 차 올랐는가 수문 열린 댐마냥 눈물은 흘려 내도..
22편|작가: 土心
조회수: 1,339|2004-11-03
한가위에 즈음하여
마늘 몇 통 벗기고 나니 매운 즙에 손끝이 아리고, 콩 껍질 몇 개 벗기고 나니 손톱 끝이 뻐근하다.며칠 전 성묘 다녀오는 길에 시댁 종가집 손 윗 동서가 싸 주신 농삿거리 몇 가지 손질하며 내가 떠는 엄살인데 이 엄살은 그냥 애교 섞인 깨살쯤으로 해 두면 좋겠다. ..
21편|작가: 土心
조회수: 1,457|2004-09-24
햇볕은 따갑고 바람은서늘하고
바람은 서늘하고 햇볕은 따갑고... 농부가 아니어도 알겠다. 알곡과 유실이 영글고 익어가기 얼마나 안성맞춤의 날씨인지. 미처 설익어 떫은 맛 마저 익혀 단 내로 무장 될 과실이 탐스러워지고 익을 수록 고개 숙일 구월 들녘의 황금 물결이 상상 만으로도..
20편|작가: 土心
조회수: 1,274|2004-09-10
여행
여행 일요일, 아직은 어둠을 거둬 내기 이른 시각에 나는 배낭 하나 울러 메고 집을 나선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제법 굵은 빗줄기의 힘찬 雨聲과 싸하게 가슴 파고 드는 새벽 찬 공기와 어스름한 반백의 어둠이 벌써 오늘 여행의 진수를..
19편|작가: 土心
조회수: 1,645|200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