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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동물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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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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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BY 土心 2006-01-11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하는 말이 참 살수록 실감나더니, 이제는 급기야 시간이 급류에 휩쓸려 가는 듯 싶다.
해가 바뀌어 내 나이 50이 되고 보니 가는 세월에 촌음도 아까워 숨쉬기조차 두렵다는 말이 정녕 과장 아님을 고백한다.
해서 이 아까운 시간 보람되게 쪼개 쓸 양으로 계획하고 목표 세우고 마음 먹은 것이 올해는 비유하자면 태산을 이뤘다.
이 것도 하고 싶고, 저 것도 해야 겠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고, 이뤄야 할 것도 많고...
 헌데 오히려 생각에 짓눌려 몸이 지레 지치니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엄살이 앞선다.

그렇다! 생각해 보면 이 나이 먹도록 내 한 목숨 유지하기위해 세상에 진 빚이 참으로 엄청나다.
먹고 마신 공기와 물만 해도 그 얼만데 하물며 다른 건 말해 무엇하고, 신세 입힌 사람 수는 또 얼마나 되나...  물심 양면이 참으로 부지기수여서 헤아리는 것이 불가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난 무얼 했나 이제 반성을 해 보자
사는 동안 세상 향해 어떤 티끌 만큼의 이익 남길 일이라도 했는지 진지하게 자성해 볼 일이며,
안으로는 나를 완성시키기에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도 자문해 볼 일이나
허나 생각의 여지없이 한 대답 내 놓을 것이 없다.  
 세상 거저 살았다는 부끄러움만 있을 뿐이다
돌이켜 보면 내게 있는 것 내가 누리는 것은 다 당연한 것이요,
내게 없는 것, 내가 못 가진 것은 억울할 뿐이다는 그 생각 하나로 살지 않았나 싶다.
세상 사는데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아직 가닥을 내지 못하고,
어떻게 살아야 진실로 잘 살았다 할 것인가 제대로 된 소견 하나도 아직 내지 못하고
가는 길의 확신도 없이 떠 밀리고 기웃거리다 예까지 왔나 싶기도 하고
정녕 내가 누구인지 진지하게 한 물음 내 볼 생각조차도 못하고 살았으며,
안주하고 편승하기에 급급하여 이 세상 내 발로 걸어 볼 의지도 없었던 게 아닌가 싶은 것이
결국 세상의 주인이 못되고 객으로 사는구나 탄식이 나 올 뿐이다
즉 베푼 것 없이 입은 것만 있다는... 자성 없이 타성만 있다는...뉘우침만 남을 뿐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오대산 월정사에 다녀 왔다
추울 줄 알고 겹겹이 껴 입은 옷이 무겁고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날이 참 화창했다.
바람이 없으니 그나마 잎 없는 나무들은 미동도 없고,
그 미동도 없는 나목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하늘색은 한 점 티끌 없이 파랗게 곱고,
가는 길 멈추고 얼어 쉬는 계곡은 하얗게 침묵하고
놓이는 발걸음 따라 목마른 흙먼지만 폴딱폴딱 밭은 기침으로 동행하고...
이렇게 산을 올라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에 다다르니 예경심에 절로 무릎이 꿇어지고  그대로 세상 천지가 다 시공을 초월한 법문이구나 한 순간 가슴이 탁 트이는 것이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반성하고 뉘우침이 깨달음으로 이어 질 수 있기를 내가 내게 바란다
지금 겉으론 마르고 미동도 없는 산천 초목일지나 안으로는 깨어나고 거듭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을지 짐작이 어렵지 않다
나 또한 사력을 다해 깨어나고 거듭나 안으로는 나를 향상시키고 밖으로는 남에게 이익을 주는 참 사람으로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자고 다짐해 보는 것이다
병술년 신년 벽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