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사_
하늘 맞닿을 만큼 가파지른 산턱 마루에
이산 저산 봉우리는 연꽃잎처럼 둘러 쳐지고
청량 가람은 꽃술처럼 그 안에 포근히 놓여
느껴지기를 여기가 연화장 세계 어디쯤인가...
오월 천지는 초록뿐이어서
하늘 경계 땅 경계 구분을 얼른 못하겠는데
내려다봐도 천길 이요, 올려다봐도 천 길 아득하다
허니 나 서있는 이 자리 하늘인가 땅인가...
산 길 굽이 따라 걷는 내내
찌르는 초목 냄새에 코가 취하는데
‘산꾼의 집’ 약차 내음은 그 보다 더 진해서
객인지 주인인지 몰라도
축이고 가라 권하는 그 차 한잔에
혀끝부터 내장까지 순간 극락 환생 하더라.
가비얍게 가비얍게...발걸음 신나라
새털마냥 오르고 오르다
이제 더는 오를 길 없어 멈추고 보니
16나한 수염 허연 할아버지들 함께 모인 응진전이라.
“저 여기 왔습니다”
엎드려 인사드리니 참으로 인자하게도 반기신다.
마침 텃밭 가꾸시던 스님이 보시고 물으신다.
“어디서 오셨소?”
“서울서 왔습니다”
“등산 오셨소?”
“아닙니다”
“그럼 성지 순례 오셨소?”
“예, 도량 찾아 왔습니다.”
“허면 차 한잔 드릴 테니 따라 오시지요”
스님 따라 들어가니
큰 바위 지붕 아래 대발 드리운 茶房인데
깎아지른 절벽이 벽이요
그 틈새 자라 나온 풀잎이 장식이요
밀짚모자 갓으로 씌운 백열구가 조명이고
세상 한줌 밖에 없다는 희귀 차 우려
깨진 도자기를 받침으로 찻잔에 담아 내신다.
게다가 농군같으신 스님의 거침없는 입담에
몸둘 바 몰라 키득키득....
허나 웃다 문득 耳目을 세우니
이것이 다 법음이요 법향이었다.
겁 없이 받아치며 실없는 농인 줄 알다가
순간 혀를 물고 나는 일어 나 삼배의 예를 올린다.
그러고 보니 버릇없는 아낙
얼굴 빨개져 돌리는 발길이 무거울 줄 아셨던지
부랴부랴 상추 한 줌 따서 안겨 주시며
된장 익는 늦여름에 다시 오라 신다
“예~~~”
내려오는 길
뒤 돌아보지 않는다.
오르고 머물렀으니 떠날 뿐
짊어지고 갔던 짐도 다 내려놓았지
그저 가벼웁게 가벼웁게...
그렇게 갔다가 그렇게 온다.
()()()...
2006. 5. 21. 土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