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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따갑고 바람은서늘하고
BY 土心
2004-09-10
바람은 서늘하고 햇볕은 따갑고... 농부가 아니어도 알겠다. 알곡과 유실이 영글고 익어가기 얼마나 안성맞춤의 날씨인지. 미처 설익어 떫은 맛 마저 익혀 단 내로 무장 될 과실이 탐스러워지고 익을 수록 고개 숙일 구월 들녘의 황금 물결이 상상 만으로도 흡족하다 여름내 푸르름으로 한 빛이던 잎새들의 제 빛 단청은 이제 마지막 손질이 한창일 터인데 머잖아 선 보일 그 알록달록 각색 각양이 벌써부터 성급한 설레임으로 기대도 된다. 허면 기다리고 인내한 세월의 갈무리는 자연만 할까 짚어 보니 내 인생의 달력도 9월인 것은 아닐지 햇살 좋은 가을은 더구나 짧은데 내 인생 마저 익히고 거둘 일엔 소홀함이 없는가 돌아도 봐야지. 가고 오는 간절기면 공연스레 생각 먼저 무성해 지고 기대와 염려도 엇갈리고 해서 몸살 한 번 앓는 것이 연례 행사와도 같은 데 사람 익어 곰삯는 일이 뭐 그리 쉽기야 할까 욕심을 내 보자면 내게도 단향이 났으면 좋겠고, 속이 영글어 실했으면 좋겠고, 사람 눈 길 머물게 할 고운 빛이었음 좋겠고, 넓고 푸르기가 마치 가을 하늘이 듯 그러하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러하지마는 염치 없는 욕심인 줄 내 아니 주변 없이 고개만 떨구고 말 뿐.... 사정해도 오래 머물러 줄 것 같지 않은 이 가을 결국 정신 차려야지 그 맘 하나 곧추 세워 보고 오늘도 가을 바람 한 줄기 가슴에 담아 이로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냥 그렇게 생각 지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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