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문 앞 키 큰 나무 잎새들이 요즘은 하루 다르게 커가는구나. 너 먼저 나 먼저 앞 다투던 꽃잎 자리엔 이제 저렇게 녹색만 남겼는데 그래도 그 사이에 붉은 색 철쭉이 있어 “나 아직 봄 이예요.” 그런다 시샘 바람에 파르르 떨던 여린 녹엽은 어느새 웃자라 너울너울 여유 자적하고, 그 품에 숨었다 포드득 날아오르는 정 좋은 새 한 쌍이 무심한 얼굴에 웃음 띠게 한다. 하늘은 올려 다 보니 동쪽에서 걸음 하는 해가 아직 못 다 솟아 올랐고 파랗게 넓어지는 허공에는 구름 몇 점 모이고 흩어지고 모이고 흩어지고... 이른 아침 바라보는 오월 중간 세상이 참으로 뽀시시 곱다. 신기하구나. 신비롭구나. 어제도 본 세상이고, 오늘도 보는 세상인데 어제와 오늘이 날마다 달라서 하루 아차 놓치면 아니? 벌써? 그 잰 걸음 요리조리 따라가기 버겁다. 아무리 바쁜 척 해도 자연이 일궈 놓는 일에 인간이 언감생심 흉내나 낼까 하루 햇볕에 무르익고 하루 달빛에 영글어 가고..... 묵묵하지만 쉼 없는 이런 자연의 변화와 생장을 나는 보고 배워야 하는데 어리석은 인간 빈 소리만 요란하다. 오늘도 하루를 잘 살으려면 보다 더 바지런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겠구나. 그래도 잠깐 이렇게 세상 여명(黎明) 눈앞에 놓고 너와 나 차 한잔 하자. 마무리라는 말은 왠지 엄숙하면서도 매몰찬 구석이 있는데 시작이라는 말은 언제라도 희망이고 설레임이다. 하루를 이렇게 열고 시작하면서 너와 나 눈 맞추고 맘 맞추고 기약하고... 함께 설렐 수 있는 이 시간 나는 참 좋다. 밝아 오는 아침 세상 빛이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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