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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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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BY 土心 2006-07-15

창 문 앞 키 큰 나무 잎새들이 요즘은 하루 다르게 커가는구나.

너 먼저 나 먼저 앞 다투던 꽃잎 자리엔 이제 저렇게 녹색만 남겼는데

그래도 그 사이에 붉은 색 철쭉이 있어 “나 아직 봄 이예요.” 그런다

시샘 바람에 파르르 떨던 여린 녹엽은 어느새 웃자라 너울너울 여유 자적하고,

그 품에 숨었다 포드득 날아오르는 정 좋은 새 한 쌍이 무심한 얼굴에 웃음 띠게 한다.

하늘은 올려 다 보니 동쪽에서 걸음 하는 해가 아직 못 다 솟아 올랐고

파랗게 넓어지는 허공에는 구름 몇 점 모이고 흩어지고 모이고 흩어지고...

이른 아침 바라보는 오월 중간 세상이 참으로 뽀시시 곱다.


신기하구나. 신비롭구나.

어제도 본 세상이고, 오늘도 보는 세상인데

어제와 오늘이 날마다 달라서 하루 아차 놓치면 아니? 벌써?

그 잰 걸음 요리조리 따라가기 버겁다.

아무리 바쁜 척 해도 자연이 일궈 놓는 일에 인간이 언감생심 흉내나 낼까

하루 햇볕에 무르익고 하루 달빛에 영글어 가고.....

묵묵하지만 쉼 없는 이런 자연의 변화와 생장을 나는 보고 배워야 하는데

어리석은 인간 빈 소리만 요란하다.


오늘도 하루를 잘 살으려면 보다 더 바지런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겠구나.

그래도 잠깐 이렇게 세상 여명(黎明) 눈앞에 놓고 너와 나 차 한잔 하자.

마무리라는 말은 왠지 엄숙하면서도 매몰찬 구석이 있는데

시작이라는 말은 언제라도 희망이고 설레임이다.

하루를 이렇게 열고 시작하면서 너와 나 눈 맞추고 맘 맞추고 기약하고...

함께 설렐 수 있는 이 시간 나는 참 좋다.

밝아 오는 아침 세상 빛이 나는 참 좋다.

 

5. 17 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