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게 꾸린 배낭 하나 가벼이 메고
운동화 끈 바짝 졸라 단단히 묶고 보니
맘은 이미 풍선되어 발 보다 먼저 앞장선다
대문 밖 세상은 아직 잠이 덜 깨 어슴프레 한데
어제의 철없던 날씨 왠지 얌전하고 보들하다
지레 겁먹고 껴입은 옷 조금 심했나 갸웃은 되어도
그래도 다시 들어 가 갈아입을 맘 전혀 없다
빨리 가야지~~~~
오늘 난 삼사 순례를 다녀왔다
경북 문경에 소재한 김용사, 대승사, 윤필암으로
이번 순례는 한 일년 만인가 보다
어제 가고 오늘 또 가도 설레고 좋은 게 여행인데
나 많이 참았다 가는 이 산사로의 행보가
왜 아니 들뜨지 않을까
동무들과 손잡고 시종 일관 재갈거리며 소풍가는
아이 맘 그거지
흙냄새, 하늘 빛, 바람 느낌, 꽃 모양,
나무 군상 그리고 바위 얼굴
그리고 산과 그 산자락에 놓인 산사의 자비 도량.....
모두 살아 숨을 쉰다
돌도 숨을 쉬니 마신 물 이끼로 내 놓았을 터
둘러 보고 둘러 봐도 어느 거 하나 멈춰 있는 것이 없다
이렇게 땅과 하늘 사이 물과 숲 사이...
어우르니 世間 모두 조화롭게 하나인데
여기 나 끼어도 무리 없을 사람인가
나도 도시에서 살아 숨 쉬다 온 사람인가
............
산중 절에 이르르니 때맞춰 예불 시간
목탁 잡은 스님의 귀골이 참으로 장대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염불 목청과 목탁 타성이
첩첩한 문경 새재 흔들고도 남아
이 소리 듣고 깨어나지 못할 有情, 無情 하나도 없겠는데
따라 염불 하는 동참 대중들 신심과 환희심은 절로 나고
“관세음보살~~~”
애절히 부르다 소리 끊기는 그 자리에
너와 내가 둘이 아닌 부처 가르침
이제는 알듯도 하더라
예불 마치고 스님께 법을 청하였더니
스님 말씀하시기를
“난 시골 중이고 공부도 못하고...
이런 내게 무슨 법문을 들으시겠는가...
법문은 서울 큰 스님께 듣고
먼 길 오느라 시장 할 테니 공양이나 들고 가시게.
가는 길에 기와나 한 장씩 올려 주고 가시면 고맙고...“
이 아니 禪僧이시며 山僧이 아니시겠는가
천지 만물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이 다 법문인데,
말은 군더더기지 맘으로 듣고 깨달으라
그거 아니셨겠는지......
깊은 맘으로 공손히 합장하며 돌아 선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사가 있고,
말이 끝나는 곳에 시가 있다“
어느 선승은 이렇게 말씀 하셨는데
그렇구나
그렇구나
난, 이제 한동안 숨을 쉴거다
오늘 뒤집어 씻은 정갈한 폐부로
곤란하지 않게 호흡할 수 있을 거다
-4월 21일 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