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구름 낮게 내려 앉고 바람 제법 쌀랑하여 생각 먼저 추워지니 풀어 헤친 단추 채워 옷깃 마저 여미고 느슨해진 목도리 짱짱하게 동여 매며 길을 나선다. 허나 몸에 느껴지는 냉기는 생각 보다 덜한데 어느 바람에 몸을 떨구었나... 지레 먼저 몸을 누인 빛 바랜 낙엽은 발 아래 두고 밟기도 가엽다. 아직은 이 가을 매서운 바람 제대로 한 번 불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제 몸 우선 말린 이유는 歸根 廻向에 隨順하는 도리라 한들 내 맘이 애처로우니 만사가 다 애처롭게만 느껴진다.....이렇게 한 발 한 발에 꼬리 잇는 생각 얹어 가을 끝을 따라 걷는 내 공부 길이 그래도 살맛 나서 며칠 암담했던 기분은 훌훌 털어 허공꽃이듯 날리고 금요일의 행복에 나는 흠뻑 빠져 본다.
오늘 나는 이러한 가르침을 들었다.
"보면 제대로 짚어 볼 줄 알고, 들으면 제대로 짚어 들을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들의 소견이 과연 그러한가... 듣기 좋은 말이라 하여 모두 바른말이 아닌데 正音과 邪音을 어찌 가리면 되는 가...결국 자신의 입장을 버리면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자기 입장의 주장이라고 하는 것도 오늘 하고 내일 후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내 주관적인 고집을 버려야 세상이 바로 보이고, 남의 탓을 버려야 바로 살 수 있다...올바른 견해와 올바른 시각을 갖기 위해 열심히 공부 할 것이며 그리하여 열린 소견으로 세상을 바르게 살라..."
"인격자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가 자제력이다. 아무리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하고,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면 하지 말라...결국 모든 五慾(財 色 食 名 壽)이 일어 나지 않고 결국 죽을 때 허덕이는 마음까지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바로 마지막 멈춤(止)이다. 결국 모든 바깥 경계에서 벗어나 내 안의 번뇌가 완전히 끊어지는 것이 바로 멈춤의 경지이다..."
"집안에서의 내 소임은 과연 몇 가지 인가?...아무개의 엄마 아내 며느리 올케 시누 언니 동생.....밖에 나가 아무 활동을 않는 사람이라 해도 내게 맡겨진 소임은 수십 가지도 넘는다...허면 이 소임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내가 원만해야 하는가...결국 인생 하나의 존재가 절대 가볍지 않다...그러니 그냥 깨달을 覺이 아니요 圓覺(원만한 깨달음)이어야 하는 것이다....."
(아주 간략하게 옮기면서도 혹 뜻이 왜곡 될까 염려 된다)
새기고 또 새기고....가슴에 새기고 머리에 새기고....문닫고 돌아 서 한 발짝 나오다 잊을 우둔한 인생이 나라 해도 듣고 깨달아 실천하려는 노력이나마 게을리 말아야지 그 일념 하나로 큰 스승님 도량 끄트머리에 무릎 꿇고 앉아 귀를 바짝 세워 본다.
그러다 보니 맘은 어찌나 바쁜지 하루 빨리 눈이 활짝 열리고 귀가 활짝 밝아져 확 트인 소견으로 이 남은 인생이나마 원각으로 살아야겠는데 도대체 이 실눈은 언제 뜨일 거며 들러붙어 막힌 귀딱지는 언제 떨어 질 건지 조급증에 이 하근기 인생은 오금이 저린다.
날마다 저지른 어리석음과 탐욕과 성냄을 돌아서 후회하고 뼈아프게 힘들어 하고...그러면 말아야 하는데도 그거 멈추지 못해서 하루 멀다 하고 입만 벌리면 나 잘났는데 네 탓이다 억울하다 떠드는 내가 참으로 한심해서 가엽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나를 유독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 공부 채찍 해주는 선지식이요, 유독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내 공부 점검 받는 방편이다' 라고. 물론 자꾸 잊는다 그래서 그렇게 울부짖기 다반사지만 그러기에 노력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나는 변명 한다.
많이 힘들었던 요 며칠 그래서 웅크린 심신에 용기 줄 요량으로 밝은 세상 나갔더니 세상은 또 내게 부지런히 잘 살아라 어깨 두드려 이리 용기 준다. 그러니 이것을 복인 줄 알아 감사하며 살아야지.
하며 바깥경계에 끄달리며 에너지 소모 하고, 맘 흐트러뜨리고, 시간 낭비 해도 좋을 인생이기엔 이미 남은 시간 그리 많지 않음도 제발 잊지 말자 거듭 각인하며 오늘은 평상심으로 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