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도 하지...
갑자기(?) 개학을 한 아이 덕분에 안그래도 잠이 많은 난 오전은 내내 비몽사몽간이다. 달력의 날짜 상으로는 봄은 왔는데 여전히 겨울의 꽁지에 매달려 있는 날씨는 쌀쌀하기가 사나흘 굶은 누구 같고 그 덕에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오전을 기어이 잠으로 보냈다..
54편|작가: 다정
조회수: 1,276|2004-03-09
그냥저냥.
2월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무딘것인지 느려터진 것인지 당체 천성을 어찌할 수는 없고 아무튼 그렇고 그런 날들이 이만큼이나 지나버렸네. 스티로폼 박스가 배달된 것은 점심을 먹고 난 후였다. 생각지도 않은 택배에 이러저리 살펴 보니 안동에 사는 ..
53편|작가: 다정
조회수: 1,370|2004-02-07
행복의 조건
"이것 함 봐봐..." 퇴근길에 내놓는 남편의 손에는 밀폐용기와 책자가 들려있었다. 겉지부터 고급스러운 책자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안내 책자였고 평수도 운동장 크기의 놀라운 평수의 아무튼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는 내용이었다.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받..
52편|작가: 다정
조회수: 1,309|2003-12-29
눈물
떨그럭거리며 현관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아이가 오는지. 축 쳐진 어깨를 보이며 제 방으로 벽을 쓸며 걸어가는 아이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망친 모양인데 ..모르는 척 해야 하나.. 책상위로 휙 던져진 시험지가 보인다. 아무렇게나 매겨진 점수...
51편|작가: 다정
조회수: 1,317|2003-12-06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마음을 정리한다. 억울한 감정도 지난 날들의 회한도 그러면서 모든 것을 순응하며 나 아닌 다른 여자에게 일임한다. 세상으로의 끝난 생을 그렇게 마감하며. 우연찮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의 내용들이 모두들 그런 내용이었다. 벌러덩 드러 누워서 옆눈길로 같이 보..
50편|작가: 다정
조회수: 1,389|2003-11-28
닮은꼴
기말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는 휴일도 없이 학원을 가고 점심끝에 몰려드는 들쩍지근한 눈꺼풀에 밀려 우리 부부는 쇼파에서 몇 시간을 잤나 보다. 오후의 기다란 햇살이 발치께를 덮을 무렵 퉁퉁 부은 얼굴로 깨어난 남편과 나는 그저 멋적게 웃고 말았다. 점심에 먹은 ..
49편|작가: 다정
조회수: 1,279|2003-11-17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
8층에서 내려다 본 거리는 노란빛에 내내 잠겨 있다. 계절은 바쁘게 제 할일을 다 한듯이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고 그에 이끌려 터덜거리며 나간 세상은 또다른 무언가에 빠진 이들처럼 들떠 보인다. 왁자한 음악이 전층을 끓이듯이 울려 퍼지는 쇼핑몰은 그야말로 사..
48편|작가: 다정
조회수: 1,371|2003-11-10
질투
그랬었다. 언제인가 부터 마음보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좁쌀만도 못한 그런 뭉실거림이 슬그머니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 재킷 입으면 훨씬 나을텐데... ...이것 하나 더 먹어..응... ...같이 가서 사자..그래..생각해 보고 어울리면.... ..
47편|작가: 다정
조회수: 1,326|2003-11-05
든든한 노후
천성적으로 게으른 나와는 반대로 남편은 거의머슴에다 발바리 수준으로 돌아 다니고 그저 자기 몸 가꾸기에도 열심이다. 아주 열심히(중독처럼) 헬스를 하더니 것도 성에 안차는지 어느날 부터는 눈치 백단으로 살펴 보니또 다른 운동을 시작 한 듯한데 한 궁금 하는성질..
46편|작가: 다정
조회수: 1,605|2003-10-24
이제 시작이야.
"축하해 줘, 나 이혼했어" 한대 얻어 맞은 듯이 앉아 있는 나에게 조용한 목소리도 아니고 화들짝거리게 그녀는 말한다. "이.....혼...?" 축하를 꼭 받고 싶다는 듯이 천연덕스레 웃음을 머금은 그녀가 갑자기 낯설다. 아이들이 자라고 훌렁 벗은 몸매가..
45편|작가: 다정
조회수: 1,326|2003-10-22
혼미한 하루
베란다에 펼쳐진 버티칼을 드르륵 밀어 내니 희뿌연 아침이 주차장에서 밍그적거리고 있다. "비가 올려나" 정해진 순서대로 식구들은 빠져 나가고 투덜거리며 흩뿌리는 비를 향해 찡그리며 나가는 남편을 끝으로 오롯이 나만 남았다. 으슬거리는 한기에 작년 겨울에 넣..
44편|작가: 다정
조회수: 1,308|2003-10-21
해의 길이를 재어 보며.
곱게 채로 걸러진 햇살이 매끈한 알맹이들을 던집니다. 가득찬 창공으로 한 무리의 새들이 깃털 고르기를 하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눈부심에 하품처럼 눈물이 맺힙니다. 선잠을 어깨에 걸친 이들은 총총히 세상의 바퀴에 몸을 싣고 그들만의 하루로 떠났습니다. 하늘이 저만큼 푸른 ..
43편|작가: 다정
조회수: 1,606|200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