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었다.
언제인가 부터 마음보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좁쌀만도 못한 그런 뭉실거림이
슬그머니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 재킷 입으면 훨씬 나을텐데...
...이것 하나 더 먹어..응...
...같이 가서 사자..그래..생각해 보고 어울리면....
전생에 빌려 주고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못 받은 듯이
딴청을 있는 대로 부리며 입을 꼭 다문 모양새를 보일 때면
기다리고 있었는 듯이 슬금슬금 베베꼬인 감정이 드는 것이.
나도 한때는 울 엄마의 딸이었고
사춘기도 있었고
스무살의 젊음도 있었고
제 멋에 겨워 휘적거리기도 하였었는데
문득문득 아이를 곁눈질을 하다 보면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한다거나, 공부를 한다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볼때면
얄팍한 등과 푹 빠져 있는 옆 모습에
이름 짓기도 뭣한 질투 비스므리한 오소소한 감정이 들다니.
이마에 하나 둘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신기루 같은 그 시기도
의미 파악이 영 아리송한 말들도
별로 우습지도 않은데 깔깔거리며 손뼉까지 치며 보는 코메디 프로의 즐거움도
앙칼지게 토라져 있다가도 언제 그랬냐 싶게 샐죽하게 웃으며 다가 오는 그 모습도
싫음과 좋음도 분명하게 말하는 감정적인 경계도
미지의 어느 날들에 대하여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가득찬 꿈들의 주머니도
못마땅한 부분이 있으면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생겼냐고 거리낌없이 말하는 폼새도
........
(잠 잘 채비를 다한 딸이 그런다.
...오늘은 모기 없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모기의 끈질긴 생명력까지 시비냐고..)
욕실에서 양치를 하던 내가 입에 거품을 물고는 그랬다.
,,,내가 모기를 깍두기 애들 풀듯이 풀었으까봐...
아이가 넘어 갈 듯이 웃는다.
지지배...그 웃음도 부럽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