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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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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노후


BY 다정 2003-10-24

천성적으로 게으른 나와는 반대로 남편은 거의 머슴에다  발바리 수준으로 돌아 다니고

그저 자기 몸 가꾸기에도 열심이다.

아주 열심히(중독처럼) 헬스를 하더니 것도 성에 안차는지

어느날 부터는 눈치 백단으로 살펴 보니 또 다른 운동을 시작 한 듯한데

한 궁금 하는 성질로 아무리 얼르고? 넘겨 집고 해도 답을 안한다.

또 어디 그런가.

드디어 몇 날을 걸쳐 살펴 본 결과

복싱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복싱' 요즘 신세대들은 물론 운동 좀 한다 하는 이들이 유행과도 같이 하는 그 운동 아닌가.

 "허구나...이젠 날 팰라카재?"

은근한 웃음으로 그렇다도 아닌 부정도 아닌 애매한 (내가 보기엔)폼으로

넓고 넓은 집 ??거실을 체육관 운동도 운동량이 부족한지 틈만 나면 쫓아 다니며

뱀 쫓는 소릴 낸다.

 "당신..진짜 오래 살겄네...둘이 내가 없더라도 제발 싸우지 말아.."

아빠의 몸 놀림에 옆눈질 하는 딸과 배 볼록 남편에게 때아닌 당부를 하니

둘이 동시에 걱정 붙드러 매라고 그러네.

 

지난 주 신문 한 귀퉁이에 여자들의 노후 설계에 관해서 한마디 한 것을 보았다.

젊을 때는 그저 자식 건사에 돈줄이 새어 버리고

살림 키우고. 남편 바라지에 결론은 나이 든 여자들은 주머니부터가 비어 간다는

의미 심장한 내용.그 결론은 사십을 전후하여 연금이라도 가입을 하라는 아무튼

지당하지만 남의 집 소리 같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하게 운동으로 다리가 아프니

오늘은 너무 많이 뛰었다니 그러면서

거실을 '쑤쑥,,휙' 헤집고 다니는 남편을 보니

나도 뭔가를 준비를 해야 되지 않나 싶은것이 갑자기 다급해지고

결국엔 남의 집 일 같은 내 연금을 하나 넣었다..후후

물론 아무도 모르게.

 

일전에 뻔질나게 들락거리면서 한번 엮어 보길 희망했던 설계사에게

아침 눈꼽 떼자 마자 전화를 하고는

두근거림에 그녀를 기다렸다.

널러리하고 끈기가 부족한 (남편이 우기는 말)성격 탓에 운동은 그리 쉬이 할 것 같지 않고

일단은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돈 아니던가.

친정 부모님이 다른 이들에 비해 일찍 세상을 버리셨기에

나도 그 영향으로 그리 오래 살지 않을 거란 막연한 생각에

오늘만 배 부르고 내일은 다시 내일 배부르면 만사 뚫린 고속도로라 여겼는데

그날 그 신문의 글귀들이 이렇게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서 진을 칠 줄이야.

 

아무리 쪼개어 봐도 무슨 살림이 내 한몸을 위해 구멍을 내어 줄 기색도 없지만

그래도 마음 먹은 김에 약소한 금액으로 하나 넣고 보니

이렇게 든든할 수 있을까나.

설계사는 이왕 큰 맘 먹은 것 좀더 금액을 늘리라 하는데

아유..솔직히 몰래 넣을 생각하니 뒷골이 땡길 판인데

그녀를 정류장까지 배웅하고 오는 내 다리가 연신 실실 웃는다.

 

자식 하나 있는 것 교육만 시켜 놓으면

현실적인 내 욕심이겠지만 지 밥은 벌어 먹고 살것이라 내심 믿어 버리고

남편은 이래저래 넣어 둔 보험이 한 몫을 할 것이고

(남편 앞으로만 보험을 몇 개 넣었다,이 또한 무슨 심뽀인지,,)

문제는 내 미래였는데

대충 동아줄은 못잡더라도

실 조각 하나 잡은 기분이 드는 걸 보니

에휴,어지간히 오래 살고 싶은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