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무딘것인지
느려터진 것인지
당체 천성을 어찌할 수는 없고 아무튼 그렇고 그런 날들이 이만큼이나 지나버렸네.
스티로폼 박스가 배달된 것은 점심을 먹고 난 후였다.
생각지도 않은 택배에 이러저리 살펴 보니
안동에 사는 언니의 이름이 적혀 있고
싱싱한 오렌지가 탱글한 몸으로 한가득이다.
깜짝 선물이라고 말하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도
달콤한 오렌지 향이 묻어 난다.
상자 채로 무언가가 있으면 괜시리 조바심이 나는 것은 왜 일까.
몇 개의 봉지에 나눠 담으며 얼른 아는 이에게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엘레베이터를 서너번 타고서 손을 털고 보니 거울 속에서 어설픈 여자가 웃고 있다.
에휴,쟁여 놓고서는 먹지 못하는 이 놈의 성미.
아무래도 부자 되기는 틀렸을성 싶고
그저 퍼다 주기 바쁘니..이거야 원.
전화통에서 또박또박
제부 많이 주라고 그렇게 당부했었는데.
한 상자의 오렌지가 다 보일 정도가 된 것을 알면
언니가 뭐라 할까나.
낼모레면 개학인 아이를 데리고 찜질방을 가면서
매섭게 불어 오는 찬바람에
멋 부리다 얼겠다란 잔소리를 그렇게나 하는 데도
고추 튀김 사달란 소리에 피식 웃어 넘겨 버렸다.
좌악좌악 흐르는 땀에 몸은 가뿐한데
거울 속의 퉁실한 아줌마가 왜이리 낯선지
몸짱이니
배의 왕짜니
안그래도 지겹게 듣는 요즘의 소음에 가까운 말들이
에휴,여전히 물 건너간 소리 같구만.
화면속의 그 흔한 근육들은
어디로 다 숨었는지
옆에 앉은 아낙보다 더 두툼한 나만의 살 왕짜가
겁나게 푸욱 안겨 오고
아....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