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정리한다.
억울한 감정도
지난 날들의 회한도
그러면서 모든 것을 순응하며 나 아닌 다른 여자에게 일임한다.
세상으로의 끝난 생을 그렇게 마감하며.
우연찮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의 내용들이 모두들 그런 내용이었다.
벌러덩 드러 누워서 옆눈길로 같이 보던 남편
간혹 찔끔거리며 눈자위를 훔치는 나와는 반대로
..맞아..저렇게 해야지...
웃기고 있구만..뭘 저렇게 한다고..
요즘 같은 보리 고개??(우리 집만 그런가)
십억을 벌었느니
이십억을 벌었느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놀라운 그들만의 비법을 전수할 때
가만히 들어 보니
다른 것은 솔직히 그렇고 그런 이야기 였는데
그 중에 딱 한 가지가 내내 뒷머리 중간에서 맴돈다.
..유서를 쓰시오...
남편이 죽으면 두번 운다나.
한 번은 남편의 부재로 인한 슬픔에 울고
또 한 번은 그 남편이 남기고 간 생각지도 못한 빚 때문에 운다고.
아내가 죽으면 한 번 울고
한 번 웃는다나.
아내의 상실감으로 인한 슬픔에 울고
아내가 남기고 간 툭 떨어진 비자금으로 웃는다고..
상품에 눈이 멀어 라디오 방송에 유서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 유서를 방송으로 읽으면서 혼자만의 감정에 목소리가 떨리던 그 어느 때가 있었다.
근데 솔직히 그 유서는 상품과 맞바꾸기 위한(에구)
보이기 위한 글이었고
막상 나만의 그러한 문구를 쓰기란 쉽지가 않은 듯하다.
주인공의 가슴 저미는 듯한 투병 장면에
남편은 뭘 생각 하는지.
...얼른 울 마누라 뒤를 이어 받을 저런 여자 하나를 만들어야지...
설마..그런 생각을 할까..모르지.
하루에도 헤까닥 꼴백번 생각이 바뀌는 판에
아침 먹으면서는 ..그래 참 고맙고 얼마나 감사한가..
점심 홀라당 한 그릇 먹고는..에구..지지리 왜 이러고 사나..
저녁 준비 하면서 불꺼진 거실 한 번 볼라치면..어디서...눈 먼 돈 없나..
참 기가 막힌 내 머릿속이다.
이래저래 혼자 마음은 바쁘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윗 집의 공사는 언제 끝나나..지겨운 드릴 소리 안들으면 정말 살겄네..
정말 그랬다.
그 드릴의 소음만 안 들으면 만사 행복 시작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숨소리 하나,화장실의 물 내리는 소리조차 울릴 지경으로 조용한 오늘은
또 다른 생각이 ,,정말 살겠다..란 그 단어를 또 만들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름답게 갈 것이고
몇 년만에 부자가 된 사람은 오늘도 어느 곳에서 강연을 하겠지.
시간마다 허상의 고래등 같은 집을 짓고
욕심을 쓸어 내고
엉기적거리며 기어 오르는 마음 심보를 외면하며
그냥 살아가고 싶다.
내려 앉아서 바닥이 개운찮은 하늘처럼
참 그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