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펼쳐진 버티칼을 드르륵 밀어 내니
희뿌연 아침이 주차장에서 밍그적거리고 있다.
"비가 올려나"
정해진 순서대로 식구들은 빠져 나가고
투덜거리며 흩뿌리는 비를 향해 찡그리며 나가는 남편을 끝으로 오롯이 나만 남았다.
으슬거리는 한기에 작년 겨울에 넣어 둔 러그를 찾아 내어
숄처럼 두르고 마냥 쇼파에서 넋을 놓고 바라 본다.
회색 하늘이 언제 그랬냐 싶게 서서히 해를 내어 놓고
복도식인 앞동의 난간으로 하나 둘씩 젖은 이불들이 걸쳐진다.
마음처럼 바쁘다.
갈색 체크 셔츠에 청바지를 받쳐 입고
약간은 두툼한 검은 점퍼를 걸치니 한껏 온기가 스며든다.
작은 지갑은 좀 그렇고
아이방 벽장에서 찾은 배낭이 제격이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입안에서 오물거리던 쵸코렛도 서너개 넣고
낱개로 포장된 비스켓도 한 손에 쥘 만큼 넣고
아,그렇지 어제 예매한 기차표.
시간은 촉박하지 않지만 자꾸만 발이 헛디뎌진다.
소풍 전날의 아이처럼.
벙거지 모자를 두고 온 것이 내내 걸린다.
허둥거리다 봄 한 두개는 꼭 빠뜨리는 것이 오늘은 모자이다.
목적도 없이 떠나는 여행.
아무런 생각도
뚜렷한 그 무엇도 없지만
그저 가볍다.그래..가벼울 뿐.
허벅지에서 전해지는 진동, 누구?
남편이다.
급하게 은행 일이라고 그러는데 내일 하자고.그래..내일 하자.
어디냐고 묻지 않기에 방금 지나간 들녘을 말할 수가 없다.
아침까지는 비가 왔었는데
드라마처럼 말짱하다. 주인공과 함께 지나가 버린 전 화면처럼.
창 밖으로 경계도 없이 스며드는 하늘이
베란다로 반틈만 보아 온 그것과는 다르다.
하얀 무늬가 점박이었는데
아니었구나,,,누구의 얼굴인지, 웃다가 말다가 그러네.
아버지....
여전히 꽃 속에 계시네.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면 여린 잎들이 얼어 버리지 않겠냐고
아버진 , 그 츄리닝에 목장갑을 끼셨네.
그 옷은 교원들 체육대회가 끝나면
늘 똑 같은 디자인으로 색만 다르게 하여 받아 오셨는데
아버지, 올해에는 베이지 색이네요.
그런데
이상하다. 난 기차를 타고 가는데
아버진 어디서 나를 보고 계신거지?
낮은 그래도 견딜만 한데
이상하게 밤만 되면 열이 오른다.
아침부터 열이 오르더니
러그를 칭칭 동여 매고 설핏 들은 잠결에
누구를 봤었던가.
약도 먹지 않았는데
몽롱하기는 매 일반이니 어지간하다.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