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76

참 이상도 하지...


BY 다정 2004-03-09

갑자기(?) 개학을 한 아이 덕분에 안그래도

잠이 많은 난 오전은 내내 비몽사몽간이다.

달력의 날짜 상으로는 봄은 왔는데

여전히 겨울의 꽁지에 매달려 있는 날씨는

쌀쌀하기가 사나흘 굶은 누구 같고

그 덕에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오전을 기어이 잠으로 보냈다....어이구나.

 

어렴풋이 들리는 전화벨

꼭 중요한 꿈 대목에서 알고 하는 것인지 전화가 온다.

...뭐하냐?...

아이구, 남편이다.

...뭐하긴...청소하지..(히)

...쉬엄쉬엄 해..오늘 출장이라서 못 들어간다..

 

갑자기 너무나도, 한가하고 나른해지는 이 기분.

매일 바쁘고,연일 늦은데, 출장이라는 그 묘한 단어의 매력이란 것이

풀풀거리는 구름 솜에 걸쳐진 느낌이랄까나.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잠깐 동안의 그 해방감이 시간이 재깍거릴수록

마음이 오돌거리게 한다.

학원으로 간 아이도 늦고

이리저리 돌리는 채널도 심드렁해지고

다 늦은 시간에 샤워를 하면서 목욕탕 가장자리를 쓱쓱 닦으면서도

마음 한 켠이

거, 참 이상도 하다.

 

....너거 아부지만 없어도 내가 얼마나 홀가분하게 여행도 하고..재미있게 지낼긴데...

아버지의 암병동에서 엄마는 그 언제인가 홀로 되었을 때의 자신에 관해서

늘 준비를 하듯이 이야기 했었다.

지겹기도 했겠지.

병과 함께 점점 괴팍해지는 아버지를 옆에서 보는 그 자체만 해도 형벌과도 같았겠지.

2월의 끄트머리 날에

아버지를 보내고

엄마는 그 전에 입버릇처럼 해 온 그 날이 되었건만

그 자리에서 갇혀 지냈었다.

혼자만의 여행도

홀가분한 마음도

엄마가 말한 희망은 아니었는지.

아버지의 빈자리는 엄마의 마음과 몸을 병들게 만들었고

5년이 지난 2월의 어느날 엄마도 기어이 그 곁으로 가고 말았다.

부부의 정은 말로는 다 하지 못한 그 무엇의 고리였음을...

 

이렇게 나이를 먹나 보다.

남편이 그리운 걸 보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