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개학을 한 아이 덕분에 안그래도
잠이 많은 난 오전은 내내 비몽사몽간이다.
달력의 날짜 상으로는 봄은 왔는데
여전히 겨울의 꽁지에 매달려 있는 날씨는
쌀쌀하기가 사나흘 굶은 누구 같고
그 덕에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오전을 기어이 잠으로 보냈다....어이구나.
어렴풋이 들리는 전화벨
꼭 중요한 꿈 대목에서 알고 하는 것인지 전화가 온다.
...뭐하냐?...
아이구, 남편이다.
...뭐하긴...청소하지..(히)
...쉬엄쉬엄 해..오늘 출장이라서 못 들어간다..
갑자기 너무나도, 한가하고 나른해지는 이 기분.
매일 바쁘고,연일 늦은데, 출장이라는 그 묘한 단어의 매력이란 것이
풀풀거리는 구름 솜에 걸쳐진 느낌이랄까나.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잠깐 동안의 그 해방감이 시간이 재깍거릴수록
마음이 오돌거리게 한다.
학원으로 간 아이도 늦고
이리저리 돌리는 채널도 심드렁해지고
다 늦은 시간에 샤워를 하면서 목욕탕 가장자리를 쓱쓱 닦으면서도
마음 한 켠이
거, 참 이상도 하다.
....너거 아부지만 없어도 내가 얼마나 홀가분하게 여행도 하고..재미있게 지낼긴데...
아버지의 암병동에서 엄마는 그 언제인가 홀로 되었을 때의 자신에 관해서
늘 준비를 하듯이 이야기 했었다.
지겹기도 했겠지.
병과 함께 점점 괴팍해지는 아버지를 옆에서 보는 그 자체만 해도 형벌과도 같았겠지.
2월의 끄트머리 날에
아버지를 보내고
엄마는 그 전에 입버릇처럼 해 온 그 날이 되었건만
그 자리에서 갇혀 지냈었다.
혼자만의 여행도
홀가분한 마음도
엄마가 말한 희망은 아니었는지.
아버지의 빈자리는 엄마의 마음과 몸을 병들게 만들었고
5년이 지난 2월의 어느날 엄마도 기어이 그 곁으로 가고 말았다.
부부의 정은 말로는 다 하지 못한 그 무엇의 고리였음을...
이렇게 나이를 먹나 보다.
남편이 그리운 걸 보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