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그럭거리며 현관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아이가 오는지.
축 쳐진 어깨를 보이며 제 방으로 벽을 쓸며 걸어가는 아이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망친 모양인데
..모르는 척 해야 하나..
책상위로 휙 던져진 시험지가 보인다.
아무렇게나 매겨진 점수...놀랍다..
정말 의외의 점수.
그냥 아무말 하지 않고 나와 버렸다.
쇼파에 앉아 단행본 소책자를 들고 눈으로는 읽어 내려 가는데
글자들이 풀풀 날리는 눈과 같다.
조금씩 스며 나오듯이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닫혀진 문 사이로 꾹꾹 눌려진 울음 소리가 난다.
아이가 울고 있다.
망친 그 과목으로 인해 곤두박질 친 평균 점수
남은 시험이 ..두려워...라고.
난감하다. 이럴 땐 내가 먼저 화를 내며 심한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아이를 내려다 볼 뿐.
겨우 팔에 안다 싶이하여
쇼파에 아이를 눕히고 붉게 물이 든 눈을 보며.
..두려워 하지마..
시작인데..네 스스로 교만에 빠졌는지 모르잖니..
어떠한 점수가 있으면 그 반의 몇 프로에 해당하는 사람은 꼭 자기라는 교만.
그랬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이 보다 더 어려운 일이 일어날 때마다
눈물로서 다 보상 받지는 않을거야.
절대로 두려워 하지마...
아이의 가녀린 등을 안으니 울컥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막는다.
좌절과 절망을 느끼며 더 단단해지리라.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헛발을 딛을 수 있음을.
학원 선생님이 오늘 시험 점수를 묻길래
담담하게 말을 하니 놀라워 한다.
이상하다..내가 그 선생님을 위로하다니..
..괜찮아요..그럴 수도 있죠..뭐..
'엄마'라고 그 작은 입으로 말을 했을 때
넘어질 듯..두 발을 내딛었을 때
병치레로 핼쑥하게 살이 빠질 때
부푼 황홀과 아득한 힘겨움에
난 어쩜 유리의 집을 생각했었는지도.
고이 가두어 두고 영양분만 공급해 주며
그렇게 내 아이를 바라만 보고 싶었는지도
흙투성이의 옷으로 무릎이 다 까져 들어 왔던 그 어느날처럼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며
더 이상 덧나지 않게 자신에 찬 약을 발라주리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험에 맞닥뜨려질지.
점수로 환산 되지 않는 홀로 된 고비들마다
오늘의 눈물을 잊지 않았으면..
..두려워 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