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報恩)
조금 있으면 손님이 오시기로 되었다. 아침의고요를 한껏 즐길 시간에 나를 찾아오는 손님은 보험회사에 다니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한건 올리고 난 한건 올려주기로 한날.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 물어 보면 저도 모르게 가입한 보험이 발에 치일 정도라고 말하는 ..
54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538|2003-10-24
낮잠자는 부부.
지난 겨울,눈내린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시립미술관에 다녀왔었다. 밀레의 그림들을 보러 눈길을 미끄러지며 아직도 파랗게 겨울을 나고 있는 측백나무와잎떨군 겨울나무의 줄기를 짚푸라기 이불이 추위를 가려주고 있는 미술관앞 화단을 지나 아테네신전을 귀엽게 패러디한 듯한 ..
53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776|2003-10-23
연필을 깍으며...
일주일에 두어번, 적어도 한번은 작정을 하고 카터칼과 넓다란 종잇장과 그리고 연필통을 거실 바닥에 늘여 놓는다. 일주일 분의 연필을 깍기 위해. 두아이가 집에서 일주일 동안 쓸수 있을 만큼의 연필과 학교에서 쓸 연필을 모조리 긁어 모아 작정을 하고 연필을..
52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2,248|2003-10-22
두부김치에 대한 세가지 소묘..
* 소묘 하나* 얼마간 강화도에서 살았던 일이 있습니다. 강화도 그집은 마당이 넓은 집이었지요. 주인할머니가 혼자 사시는 조용한 집 마당은 사철 꽃이 피는 화단이 있었고 앞마당 보다 훨씬 넓은 뒷뜰은 한가득 농작물을 키우는 밭이었습니다. 호박넝쿨이 기어..
51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641|2003-10-21
가을단상.
가을, 모든 색채가 드러나는 계절이다. 산꼭대기를 물들인 단풍이 조금씩 산아래를 향해 걸음질 쳐오며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산빛을 바라보며 사는 기쁨. 그리고 그 기쁨의 이면에서 조금씩 고개를 드미는 세월의 흐름이 주는 쓸쓸함으로 오늘 아침도 한참이나 베란다 ..
50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428|2003-10-20
사능수목원에서.
사능수목원은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 있는 작은 수목원입니다.서울시공원녹지관리사업소에서 '시민의 숲'인 공원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다양한 가을행사를마련하였는데 그중,가을 수목원체험학습이 열리는 곳중 한곳입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사능수목원에서 '박타기체험학습'이 ..
49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2,169|2003-10-20
그때의 그 배갯잇.
아이들과 난 푹신한 배개를 좋아한다.반면 남편은 조금 딱딱한 느낌의 배개만을 좋아한다. 그것도 습관일까? 푹신한 배개를 줄곧 사용해온 나는 딱딱한 배개를 배기만 해도 답답한데 남편은 푹신한 배개를 배고서 어떻게 깊은 잠을 자냐며 오히려 나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건네다 ..
48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643|2003-10-18
자꾸만 부르고 싶은...
목하 가을이다. 다들, 가을이라고 한마디씩을 보태고 있는 중이다. 나도 그 한켠에 끼어어 가을, 이라 되내어 본다. 자꾸만 부르고 싶은 이름이다, 불러도 불러도 닳기는 커녕 가을이 부끄러워 단풍보다 더 빨갛게 피어오른들 어떠리.... 그러니 난 가을빛이 남아있는한 가을..
47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326|2003-10-16
엘피판을 회고하며.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아니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다. 음악은 언제나 내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잔잔하게 깔린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라디오를 켜는 일이다. 벌써 아침은 창밖가득 펼쳐져 있고 세상은 환하게 열려 벌써 출근을 하는 회사원도 간간히 눈에..
46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874|2003-10-16
아주 특별한 '밤'
딸아이가 밤을 유난히 좋아해 늘 이맘때엔 밤을 자주 사다 먹곤 했었다. 그런데, 올핸 수확기에 비가 많이 내린 탓에 밤의 작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다른 작물도 비슷하겠지만, 우리나라 산 어디를 가도 한두그루씩 눈에 띄게 되는 올해 밤은 알도 잘고 벌레의 습..
45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493|2003-10-13
구름이 그린 풍경
여느때처럼 자명종 시계 소리에 놀라 잠에서 퍼득 깨어났다. 눈은 떴고, 햇살이 방안까지 침입한 흔적이 고스란한데 눈거플에 붙은 여분의 잠이 자꾸만 이불속으로 나를 유혹했다. 그래도... 아침을 준비해서 아이들 학교 보내야지,, 아침마다 늘상 해오는 그 일이 오늘..
44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2,172|2003-10-11
그때 그햇살.
산수유꽃처럼, 노랗게 여울져 오던 봄햇살... 여름강을 반짝이며 고기비늘처럼 파닥거리던 여름햇살, 그리고 갈대숲에 숨어든 황금빛 가을햇살,,,, 햇살들은 아름답다. 너무 고와 눈이 부시다. 내 추억의 한자락, 그 갈대숲에 깃든 햇살처럼. 여름끝, 강가..
43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494|20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