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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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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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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능수목원에서.


BY 빨강머리앤 2003-10-20

사능수목원은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 있는 작은 수목원입니다.서울시공원녹지관리사업소에서 '시민의 숲'인 공원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다양한 가을행사를마련하였는데 그중,  가을 수목원체험학습이 열리는 곳중 한곳입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사능수목원에서 '박타기체험학습'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과 다녀온 길입니다.'박타기체험'을 한다고 하니 아들녀석이 화들짝 반겼습니다. 요즈음 배우고 있는 국어과목에서 '흥부와 놀부'얘기를 공부하고 있는데 마침 그 고전극을 가지고 연극을 연습중이 이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자기는 제비가 되어 마음착한 흥부네는 복이 가득들어 있는 박씨를, 마음씨고약한 놀부네에는 도깨비가 들어있는 박씨를 전달하는 역활을 맡았다고 자랑이었습니다.내심 저는 어릴때 초가집 지붕에 달빛을 받고는 하얗게 피어나던 박꽃이 생각나 추억 한자락이 먼저 생각을 비집고 올라왔는데 말이지요. 이야기속의 박씨를 먼저 떠올리는 아들녀석과 어린시절 초가집 지붕에 피어난 박꽃에 대한 상념이 먼저 떠오른 저 사이의 그 추억의 속도를 어림해 보았지요. 달빛을 받고 하얗게 피어난 박꽃의 그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정경을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달빛을 먹고 자란 박꽃이 키워낸 그 열매를 보여주는 일은 그 세월의 간격을 조금은 좁혀주지 않을까 싶어 내심 기대를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가는 계절이 아쉬운듯 오늘따라 가을볕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빛을 받고 반짝이던 잎새들에 노랗고 붉은 물이 들어 숲을 이룬 산은 목하 '단풍의계절'이었습니다. 그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 찻길에 군데 군데 때늦은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곡이라는 팻말을 발견하고 사능쪽을 향하여 차를 몰았는데 가도가도 사능수목원이 보이질 않아 얼마나 당홀스럽던지요.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행사관계로 모두 밖에 나와있는지 통화도 할수 없지,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붙들고 묻고 싶은데 오늘따라 왜 그리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던지.... 이정표가 그 즈음에서 하나 정도 나와줄것 같은데 사능수목원 팻말은 물론이고, 그 옆에 있다는 사능역도 찾을 수가 없어 같은 장소를 몇번이나 돌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야 원래 길치였음을 인정하지만, 처음 가는 길도 지도만 보며 뚝딱, 찾아가곤 하던 남편도 '이정표 없음'엔 속수무책인지라, 물어물어 찾아간 사능수목원은 우리가 그곳을 찾아 몇번을

돌고 돈 한쪽끝에 숨어 조그마한 간판을 입구에 달고 있더군요. 간이역도 아니고 임시역인 사능역이 바로 위로 기찻길위에 놓여 있고 그 아래 사능수목원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정표없음으로 해서 그 주변을 뱅뱅돌았던 수고로움을 달래주려는듯, 수목원 입구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특별했습니다. 초록융단위를 차를 타고 지나가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잔듸가 깔린 그 길이 부드러웠습니다.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마음이 누그러지고 사능역으로 연결된 기찻길과 바로 붙어 있는 수목원 사이에 울타리 처럼 뻗어있던 전나무길에 기분이 업그레이드 되어왔습니다.  여기저기 구획된 묘목돌 사이를 지나 수목원 측에서 준비한 박이 수레에 가득 실린 행사장에 도착하니 벌써 박타는 체험에 열중한 가족들이 꽤 많이 와 있었습니다. 수목원 여기저기에 한참 익어가고 있는 조롱박이며 둥근박이 탐스러웠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수세미가 주렁주렁 떨어질듯 매달려 있는 풍경을 볼수 있었지요. 수세미가 어찌나 크게 익었는지 조금 과장을 하면 아이들 키랑 맞먹을 정도였습니다.

 

 

한가족에 한개씩의 박이 제공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먼저 해보겠다며 작은톱을 들어보였지만 생각만큼 박이 갈라지지 않자 아빠에게 톱자루를 양보했지요. 작은 조롱박이었습니다. 행사장 중앙에는 흥부와 놀부의 복장이 준비가 되고 이야기속의 그 톱날까지 갖춰져서 아이들은 흥부가 되고 놀부가 되어 커다란 박을 놓고 이박을 타면 무엇이 나올까, 슬금슬금,톱질을 흉내내어 보았습니다.

이야기속의 흥부와 놀부보다 훨씬 다정한 모습으로 박을 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진찍기용이었고, 이젠 우리가족이 배당받은 박을 타야 했지요. 힘센 아빠의 톱질로 반으로 짝 갈라진 조롱박. 산사에 들러 약숫물을 마실때 쓰던 그 바가지가 탄생하기 바로직전, 톱으로 썬 박속의 하얀알맹이를 긁어내야 했습니다.미리 준비한 수저로 박속을 박박, 긁어냈습니다. 나 어릴때 그 박속을 가지고 반찬을 해서 먹던 생각이 나, 마침 긁어낸 박속을 모으고 계신 아주머니께 여쭈어 보았습니다.'그걸 어디에 쓰나요?'아주머니의 대답은 의외로 너무 간단했습니다. '요즈음은 이걸 어디다 쓰겠어요? 그냥 버립니다'

그 말에 아이들이 더 서운했는지 박속을 뒤져 박씨를 몇개 골라 내더군요. 박씨를 집에가서 심어보겠다구요...

 

박속을 다 긁어내니 아이들 손에 딱 맞은 앙증맞은 조롱바가지가 두개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벌써 부터 난리였지요. 집에가면 자기가 만든 바가지로 물을 떠서 먹겠다나요?... 생각해 보니 떠먹을 물이 없는데 말이지요.. 아무래나,, 그런 즐거운 상상으로 자신이 만든 바가지를  소중히 챙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웠습니다.

 

바가지를 만드는 멍석에서 일어나자 탈곡기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머슴복장을 한 할아버지 두분이 탈곡기에 서서 아이들에게 탈곡기 돌리는 요령을 가르쳐 주고 계셨습니다. 마침, 수목원에서 수확한 수수가 한묶음 날라져 오자 수수를 한움큼씩 쥔 아이들이 탈탈, 거리며 돌아가는 탈곡기에 수수를 갖다댔습니다. 탈곡기는 벼나 보리 수수나 콩등, 농작물의 알곡을 털어낼때 쓰는 기계라는걸 처음알게된 아이들은 발판을 밟으면 그 힘으로 탈곡기가 돌아가면서 낟알을 털어내는 탈곡기가 꽤나 재밌었나 봅니다. 첨엔 실수를 해서 수수가 탈곡기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했던 녀석들이 그만 하고 가자는 엄마 아빠의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탈곡기가 수수를 털어내는 재미에 푹 빠졌는지 탈곡기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젠 탈곡한 수수를 가지고 맷돌을 돌리는 체험을 할 차례입니다. 도우미 아주머니의 설명을 듣고 아이들도 맷돌을 돌려 보려 애썼지만, 그 무거운 돌덩이는 쉽게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도우미 아주머니와 함께 맷돌을 돌려 맷돌 입구에 넣은 수수가 맷돌에 갈려 가루가 되어 쏟아지는 과정을 흥미있게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너무 빨리 끝나 아쉬움도 컷습니다. 맷돌은 한정이 되어 있고 그걸 돌려 보고자 하는 아이들은 줄을 서있으니 아이들은 도우미 아주머니의 손을 따라 서너번 돌리고는 금방 내려와야 했거든요.

 

맷돌이 놓은 오두막 옆에서 고구마 익는 냄새가 고소하게 올라왔습니다. 참가가 가족들에게 세개씩 배당된 고구마가 조롱박을 만들고 수수를 탈곡하고  탈곡한 수수를 맷돌에 가는 동안

알맞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쇠를 이용해 사각의 커다란 틀을 만들고 굵은 모래를 채운후 커다란 아궁이 위에 놓고 장작불을 지펴서 고구마 굽기 행사를 함께 하고 있었거든요. 장작불 타는 냄새 속으로 고구마 익는 냄새가 수목원 자락에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가족끼리 군고구마를 사이에 두고 풀밭으로 벤치로 나무아래로 각자 편안한 자리를 잡고 앉아 노랗게 잘 익은 고구마를 먹는 따듯한 시간. 가을햇살은 나무아래도 풀밭에도 그리고 하얀 목화솜에도 골고루 뿌려주고 있었습니다.

 

풍요의 계절, 결실의 계절을 맘껏 느낀 하루였습니다. 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여름동안 부지런히 열매를 익힌 온갖 과실들과 꽃씨들이 넉넉한 가을볕을 받고 익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묘목으로 심어둔 키작은 은행나무들도 노랗게 물이 들었고, 꽃사과는 빨갛다 못해 붉게 타오르고 있었고,  낙상홍의 다홍빛 열매가 가을햇살을 받으며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산수유 빨간열매도 한창 익어가고 있더군요. 11월 중순경에 바로 이곳에서 '산수유 열매따기 행사'가 있을 거라니 그때 즈음 해서 가족끼리 다시한번 와도 좋을듯 싶었습니다.체험학습 일정을 마치고 다시 초록융단이 깔린 길을 돌아서 오려는데 입구쪽에서 모자쓰신 분이 차를 세우시더니,체험학습에 참가한 기념이라며 노란국화가 활짝 핀 화분을 건네주셨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국화꽃화분을 받고 어리둥절 했다가 '화분까지 주시니 참 고마운 분이네'하는 아이들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네요.   이젠 이정표가 없어도 가는길도 일사천리 일테니 이래저래 기분이 좋은 하루였습니다.

 

조롱박을 수레에 옮기느라, 각각의 가족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일일이 고구마를 호일에 싸느라,탈곡기 앞에 서서 밀려오는 아이들에게 수수를 탈곡하는 방법을 일러주시느라 수고하신 분들께 일일이 인사를 못 드리고 와서 못내 후회스럽네요. 특히, 아이들에게 탈곡기 사용법을 조용조용히 설명해 주셨고, 실편백 나무와 황금편백나무의 차이점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던 사능수목원 할아버지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