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미쳐 살아보자고 작정하고 산 시간이 십년이 넘었다.
꽃과 나무는 내게 사랑스런 아기들이었고, 위로를 주는 친구 때로는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따로 모아보고 싶다.
자귀나무
자귀나무에 호기심이 생긴 것은 중학교 때다.무용수가 펼쳐 든 꽃부채를 닮은 꽃이 핀 나무가 교실 옆에 있었다.눈길이 자꾸 그리로 갔고 무슨 나무일까 이름이 궁금했다.자귀나무, 이름은 그 때 알았다.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고 즐긴다던가, 알고나니 자귀나무는 그리 귀한 나무..
47편|작가: 낸시
조회수: 8,796|2022-09-05
꽃을 가꾸면
꽃과 나무에 미쳐 살아보기로 작정한 것도 이십 년이 넘었다.그리 맘 먹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짓이었다.아니, 살면서 제일 잘한 짓이었다.뭐가 그리 잘한 짓으로 생각되는 것일까?첫째는 사랑할 대상이 생겨 외롭지 않다.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
46편|작가: 낸시
조회수: 6,275|2021-07-26
다육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
날이 밝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뒷뜰로 나가는 것이다.연못에 금붕어 밥도 주고, 키우는 다육이들도 살피기 위해서다.키우는 다육이 갯수도 늘었지만 종류도 점점 늘어난다.가끔은 다육이를 키우는 것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호기심에 이것저것 사들이지만..
45편|작가: 낸시
조회수: 5,146|2021-05-31
달팽이를 잡다
새벽에 비가 살짝 내렸다.달팽이 잡기 좋은 날이다.지퍼백에 가득 세 봉지나 주워냈지만 달팽이가 여기저기 여전히 보인다.잡아도 잡아도 또 생겨난다.달팽이가 반딧불 유충 먹이 노릇도 한다니 하긴 다 잡아내야겠다는 마음도 없다.다육이도 뜯어먹고 다른 꽃들도 갉아놓으니 그렇다..
44편|작가: 낸시
조회수: 2,673|2021-04-01
산 자와 죽은 자
한파가 물러가고 날씨가 평상을 되찾았다.첫 번째로 궁금한 것은 다육이들의 생사다.실내로 피난한 녀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밖에서 추위를 견뎌야했다.신문으로 덮고 식물용 블랭킷을 두 겹 세 겹 덮어주긴 했지만 워낙 기온이 낮아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이틀 전 얼음판에 넘어..
43편|작가: 낸시
조회수: 1,865|2021-02-21
피난살이
식당 단골 손님이 내가 키우는 꽃 걱정을 한다.주말에 한파가 밀려온다고 한다.뭔 말인가 싶어 일기예보를 살피다 깜짝 놀랐다.여기 날씨로는 이상기후라 할 만큼 추운 날씨가 계속된다고 한다.가슴이 서늘해진다.이런 날씨라면 내가 키우는 다육이는 물론이요 수많은 꽃과 나무가 ..
42편|작가: 낸시
조회수: 2,076|2021-02-09
행복의 순간
겨울이라기 보다 봄 같은 날씨다.이른 아침인데도 햇살이 포근하다.뒷뜰에 나가 꽃밭 사잇길을 걷는다.고양이 바람이도 한껏 기분이 좋은 눈치다.나를 툭 치고 지나가 앞에 납작 엎드린다.늘 하던 놀이를 하자는 것이다.엎드린 바람이 등을 쓰다듬고 엉덩이도 툭툭 쳐주었다.기분 ..
41편|작가: 낸시
조회수: 2,166|2021-01-21
어디에 심을까
갑자기 마음을 바꾸면 안되는데, 왜 그랬을까.할 일이 없으면 구경삼아 꽃집에 갈 때가 많다.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고.그렇게 들렀다 자두나무를 봤다.그렇잖아도 2그루를 사다 박태기 옆에 심어야지 벼르던 것이라 반가웠다.분홍 박태기꽃과 흰 자두꽃이 어우러지..
40편|작가: 낸시
조회수: 1,888|2021-01-16
사람이나 꽃이나
집 옆 화단을 가득 채우고 있던 갯국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남편이 화단 정리를 한다고 낫으로 싹뚝싹뚝 잘라내더니 그리되었다.으이그 웬수, 투덜거리며 살피다 문득 사라진 꽃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패랭이, 솔체꽃, 꽃향유, 메리골드...등, 한 때는 무더기로..
39편|작가: 낸시
조회수: 1,967|2020-12-29
박태기 나무
우리집 뜰에 박태기 나무 세 그루가 있다.모두 씨앗으로 길러 낸 것들이다.묘목을 사다 키운 나무와 씨앗으로 길러낸 나무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낳아 기른 자식과 데려다 기른 자식의 차이와 같다고나 할까.박태기 나무를 바라보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고향집 우물가에 박태..
38편|작가: 낸시
조회수: 2,063|2020-12-27
이웃 사촌
코로나 덕분에 이 주 동안 휴가를 얻었다.뜰에 나가 느긋한 맘으로 여기저기 살피고 다닌다.씨가 떨어져 자란 무궁화 몇 그루가 눈에 띈다.활짝 핀 무궁화를 보고 부러워하며 이름을 묻던 이웃 생각이 났다.그 집에 가면 이쁨 받을 텐데 씨가 떨어져 자란 무궁화가 우리집 뜰에..
37편|작가: 낸시
조회수: 2,139|2020-12-21
거저 생긴 것이니 그냥 준다..
식당에 온 손님이 꽃구경을 먼저하고 주문을 하겠다고 한다.아무러나, 손님은 왕이니 원하는 대로 하시라했다.마침 다른 손님이 없어 손님을 따라 같이 다녔다.어쩜 다육이가 이렇게 많을 수 있느냐고 손님이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다.이 많은 다육이를 어디서 샀느냐 묻는다.처음 ..
36편|작가: 낸시
조회수: 1,670|2020-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