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에 미쳐 살아보기로 작정한 것도 이십 년이 넘었다.
그리 맘 먹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짓이었다.
아니, 살면서 제일 잘한 짓이었다.
뭐가 그리 잘한 짓으로 생각되는 것일까?
첫째는 사랑할 대상이 생겨 외롭지 않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사랑한다고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상처받기 쉬운 것이 사람 사이의 사랑이다.
거절 당하기도 배신 당하기도 하면서 아픔을 겪고 더욱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며 위로 받기도 한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를 키워보니 그 맘도 이해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랑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내가 키우는 화초들 사이에 있으면 행복하다.
위로 받는 느낌도 들고, 사랑 받는 느낌도 든다.
두번째는 배우고 깨닫는 것이 많다.
키우다 보면 자식 같은 느낌도 들지만 스승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생노병사와 생존경쟁을 보면서 세상 이치를 깨닫을 때가 많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기 적당한 사람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살피게 된다.
여러가지 꽃과 나무가 어울려야 아름다운 꽃밭이 이루어지듯 세상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정원으로 간다는 말도 이해된다.
아마도 하나님은 내가 식물들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우리를 보고 있을 것만 같다.
불평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을 묵묵히 견뎌야지, 하는 맘이 절로 든다.
그런 녀석들이 이쁘고 사랑스러워 눈길도 많이 가고 아끼고 가꾸게 되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나눌 것이 많아 좋다.
내가 좋아서 가꾸는 것은 생명력이 강한 것들이어서인지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한다.
나누고 또 나누어도 넘쳐난다.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가지를 뚝뚝 잘라 주기도 하고 뿌리째 푹 퍼주기도 한다.
때론 씨앗을 나누기도 하고 화분에 기르던 것을 주기도 한다.
아무리 푼수처럼 퍼주어도 내 주변에 화초가 줄어들긴 고사하고 점점 늘어난다.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키우던 화초를 들고오는 사람도 많다.
내가 키우는 것 중에는 그렇게 시작한 것도 많다.
요즘에는 화분으로 쓰라고 예쁜 그릇을 들고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렇게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니 내 삶이 넉넉하고 풍성해진 것 같아 좋다.
좋은 것이 어디 위에 쓴 것 뿐일까.
꿈 마저도 꽃과 관련된 것이 많으니 악몽과는 거리가 멀다.
꽃을 가꾸면 몸과 마음 둘 다 건강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