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온 손님이 꽃구경을 먼저하고 주문을 하겠다고 한다.
아무러나, 손님은 왕이니 원하는 대로 하시라했다.
마침 다른 손님이 없어 손님을 따라 같이 다녔다.
어쩜 다육이가 이렇게 많을 수 있느냐고 손님이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다.
이 많은 다육이를 어디서 샀느냐 묻는다.
처음 꽃밭을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월세로 사는 남의 집이었다.
언제 이사할 지 모르는 월세집에 많은 돈을 투자해 꽃밭을 만들 수는 없다.
나야 작정하고 미쳤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남편이 화를 낼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돈을 들이지 않는 방법을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했다.
집을 사고 그 동안 터득한 방법으로 꽃밭을 만들었다.
씨앗을 이용하거나 조그만 화분 몇개를 사서 번식시키거나 이웃에서 얻기도 하였다.
꽃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이웃이나 손님들이 가져다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십여 년 지나니 넘쳐나는 것들이 생겼다.
다육이도 그 중 하나다.
이웃 중 하나가 가져다 주기 전까지 다육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가져다 주니 별 생각없이 꽃밭 한 구석에 심어두고 잊고 살았다.
봄이 되니 땅에 떨어진 이파리 마다 새싹이 돋는 것이 신기해 절로 눈이 갔다.
작아서 다른 꽃과 나무에 묻혀 보이지 않으니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해가 바뀌고 늘어나 좀 더 큰 화분으로 옮겼다.
다육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덩달아 늘었다.
건물 4층에 식당을 시작한 후 베란다에 들여 놓은 화분에도 옮겨 심었다.
다육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은 이 때 부터다.
식당을 새로 오픈할 때마다 다육이도 따라 늘어났다.
뚝 잘라 심고, 뚝 잘라 심고, 심고 또 심고, 또 심었다.
지금하는 식당도 다육이 화분이 몇 개인지 셀 수 없다.
나뭇가지 벌어진 곳에 흙을 채우고 다육이를 꽂으니 거기서도 잘 자란다.
우리 식당 앞만 아니고 옆 가게 앞에도 심었다.
작정하고 미쳤으니, 남이 안하는 짓을 하는 거다.
다육이가 이쁘다는 손님에겐 뚝뚝 잘라 한 봉지 내밀기도 한다.
하루도 몇 사람씩 그렇게 주어도 표도 나지 않을 만큼 다육이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값을 따지면 손님이 낸 밥 값보다 공짜로 준 다육이 값이 더 나갈 것이다.
하지만 나도 거저 생긴 것이니 그냥 준다는 마음으로 준다.
오늘 온 손님도 다육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 집에 갈 때 한 봉지 들려보냈다.
손님도 좋아하고 나도 기분이 좋다.
살면서 꽃과 나무에 미쳐보기로 작정한 것은 정말 잘한 짓이다.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다른 사람과 나눌 것이 많아 좋다.
이 많은 다육이를 어디서 샀느냐 묻는 손님, 답은 그냥 생겼다이다.
좋아하다 보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 듯 그냥 생기기도 한다.
다육이를 내게 준 이웃처럼 원하거나 말거나 나도 손님에게 다육이를 준다.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준 다육이가 얼마나 늘어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