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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살이


BY 낸시 2021-02-09

식당 단골 손님이 내가 키우는 꽃 걱정을 한다.
주말에 한파가 밀려온다고 한다.
뭔 말인가 싶어 일기예보를 살피다 깜짝 놀랐다.
여기 날씨로는 이상기후라 할 만큼 추운 날씨가 계속된다고 한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이런 날씨라면 내가 키우는 다육이는 물론이요 수많은 꽃과 나무가 죽어나갈 것이다.
죽지 않고 간신히 살아남아도 볼품 없어지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소식 못지 않게 충격적이다.
코로나야 내가 조심하면 피해갈 수도 있지만 밀려오는 한파는 다르다.
최선을 다해 보호조치를 하겠지만 한계가 있다.
꽃과 나무에게는 내가 겪는 코로나보다 더 잔인할 수 있다.
꽃과 나무를 내 새끼들이라며 아끼는 나는 가슴이 서늘하다.

고민하다, 화분에 심긴 것부터 옮겨보기로 한다.
화분을 옮겨놓을 장소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식당에도 이미 수많은 화분이 있고, 식당까지 옮기는 것도 일이다.
밖에 있던 화분을 실내로 들이기 위해서는 씻고 닦아야 한다.
그래도 다 들여놓을 수는 없다.
대부분은 실외에서 비닐을 씌워 추위를 견디라 할 수 밖에 없다.
살아남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실내로 들여놓는 화분도 그닥 좋은 환경이랄 수는 없다.
빛도 부족하고 바람도 통하지 않는다.
하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원래 자리잡고 사는 곳 만한 곳이 어디 있으랴.

화분들을 옮기면서, 전쟁 나서 피난가는 심정이 이럴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좋은 피난처를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피난처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어찌어찌 피난을 가더라도 불편이야 오죽할까.
땅에서 솟은 양귀비 새싹처럼 피난도 못하고 죽어나가는 사람도 수두룩할 것이다.
죽음은 면해도 대부분의 가지가 얼고 마르는 석류나무처럼 장애인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
식물들이 사는 세상도 인간사 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렵구나 싶다.

화분들을 피난시키느라 맘이 분주한데 날씨는 봄날처럼 포근하고 화창하다.
지금 날씨로는 한파가 밀려온다는 것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꽃들도 그런 추위가 밀려온다는 것은 모르나보다.
그러기에 이리 한가하고 평화스러워 보이겠지.
한 치 앞을 모르긴 인간이나 꽃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하긴 안다해도 별 수 없다.
그저 주어진 날이나 열심으로 살아내는 수 밖에.
나도 내일 걱정일랑 접어두고 주어진 날이나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