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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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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꽃이나


BY 낸시 2020-12-29

집 옆 화단을 가득 채우고 있던 갯국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편이 화단 정리를 한다고 낫으로 싹뚝싹뚝 잘라내더니 그리되었다.
으이그 웬수, 투덜거리며 살피다 문득 사라진 꽃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패랭이, 솔체꽃, 꽃향유, 메리골드...등, 한 때는 무더기로 화단을 채우던 꽃들이 사라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사라진 사실조차 모른 것도 있고 알면서 모른 척한 것도 있다.
다육이와 사랑에 빠져있는 동안 관심에서 멀어지다 잊혀진 꽃들도 있다.
하루도 몇번씩 들여다보며 정성을 쏟기도 했는데 사라진 것도 모르다니 무심하기도 하다.

사라진 꽃들이 숱하게 많지만 뜰에는 여전히 꽃과 나무가 가득하다.
무더기로 피어있던 꽃이 사라진 자리를 다른 꽃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진 사실을 내가 모르고 있었던 이유는, 지들끼리 맘대로 자리를 바꾸어서다.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꽃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무슨 이유로 수많은 꽃들이 사라졌을까.

첫번째 이유는 다른 꽃과의 생존경쟁에서 밀렸을 것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식물들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땅 속의 양분을 더 차지하기 위한 뿌리 싸움도 있고, 햇볕을 더 차지하기 위해 잎이나 줄기 싸움도 있다.
싸움에 밀려 죽은 꽃은 썩어서 거름이 되니 식물의 세계에도 약육강식이 있다.
두번째는 생노병사다.
식물도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다.
씨앗이 싹이 텄다고 다 사는 것은 아니다.
달팽이나 다른 해충에게 뜯겨 죽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경쟁에 밀려 죽기도 한다.
양분이나 햇볕이 부족해서 죽기도 하고 병이 들거나 자연적인 수명이 다해 죽기도 한다.
생노병사도 있고 생존경쟁도 해야하고 꽃과 나무도 살아내는 것이 쉽지 않겠다.
인생이 고해라고 하는데 살아내는 것이 힘들긴 꽃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없어져도 세상은 여전히 사람이 차고 넘친다.
꽃밭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많은 꽃들이 사라졌어도 여전히 꽃과 나무가 가득하다.
사라진 꽃들은 잊고 눈에 보이는 꽃과 나무나 사랑해야겠다.
지금 내 눈 앞에 있어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것이 아닌가.
인생무상이라지만 꽃과 나무의 생도 무상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삶이니 주어진 시간이나 잘 살아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