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가 살짝 내렸다.
달팽이 잡기 좋은 날이다.
지퍼백에 가득 세 봉지나 주워냈지만 달팽이가 여기저기 여전히 보인다.
잡아도 잡아도 또 생겨난다.
달팽이가 반딧불 유충 먹이 노릇도 한다니 하긴 다 잡아내야겠다는 마음도 없다.
다육이도 뜯어먹고 다른 꽃들도 갉아놓으니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는 없다.
맘이 내키는 대로 적당히 잡다말다 할 생각이다.
달팽이를 잡으며 꽃밭을 둘러보니 꽃 반 잡초 반이다.
뽑아도 뽑아도 새로운 잡초가 또 생겨난다.
질기긴 달팽이나 잡초나 마찬가지다.
달팽이와 마찬가지로, 나는 잡초도 다 뽑아낼 재주가 없다.
달팽이 잡다말다 하는 것처럼 잡초도 뽑다말다 한다.
내가 키우고 싶은 화초 옆에서 해가 되면 뽑아내고 아니면 그냥 두고 본다.
잡초 중 대부분은 나물 노릇을 하기도 해서 가끔은 먹기도 하니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다.
내 눈에는 꽃 반 잡초 반이지만 우리 꽃밭이 이쁘다는 이도 많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가.
어떤 사람들은 관계를 딱 정리해서 끊어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기도 한다.
오래 같이 살다보니 밉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사람이 의지가 되기도 한다.
젊어서는 선과 악이 분명하고 이로운 것 해로운 것도 분명하더니 나이들 수록 아리송하다.
해충이라고 생각했던 달팽이가 좋은 점도 있고 잡초라고 생각한 풀이 쓸모가 있는 것과 같다.
선악의 기준을 정하는 것도 어렵고 경계도 모호하다.
얼키고 설키고 때로는 상처를 주고 때로는 돕기도 하며 사는 것 같다.
물이 너무 맑아도 물고기가 살 수 없다하니 어쩌면 사는 것도 그런지 모르지.
꽃밭에는 달팽이도 있고 잡초도 있고 화초도 있다.
다른 녀석들 자라는 자리까지 넘보는 화초는 화초라도 잡초 취급을 당한다.
내 삶에는 친구도 있고 원수도 있다.
때론 친구가 원수 되고 원수가 친구로 바뀌기도 한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구별하기도 힘들고, 대충대충 살아야겠다.
미워도 하고 그 마음을 멈추기도 하고 그 마음을 바꿔 사랑한들 어떠리.
거꾸로 사랑하다 미워한들 또 어떠리.
어차피 그렇게 얼키고 설킨 것이 인생인 것을.
달팽이를 잡다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