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기 보다 봄 같은 날씨다.
이른 아침인데도 햇살이 포근하다.
뒷뜰에 나가 꽃밭 사잇길을 걷는다.
고양이 바람이도 한껏 기분이 좋은 눈치다.
나를 툭 치고 지나가 앞에 납작 엎드린다.
늘 하던 놀이를 하자는 것이다.
엎드린 바람이 등을 쓰다듬고 엉덩이도 툭툭 쳐주었다.
기분 좋을 때 내는 꺄악 소리를 낸다.
일어나 걷는 나를 바람이가 다시 툭 치고 지나간다.
쓰다듬고 툭툭 쳐주는 것을 몇번 한 뒤, 그만! 하자고 바람이를 달랜다.
텍사스 겨울은 한국의 이른 봄과 비슷하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가 드물다.
땅에선 새싹이 돋고 봄꽃이 피는 나무엔 꽃망울이 부푼다.
고양이 바람이만 자기하고 놀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자기를 봐달라고 꽃과 나무들도 아우성이다.
어때, 나 이쁘지?
수선화가 한껏 뽐을 낸다.
흥, 조금만 기다려, 나도 곧 필테니까.
금방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꽃망울을 매단 명자나무가 말한다.
치, 우리가 피면 너희들은 명함도 못내밀지.
이제 막 땅을 뚫고 올라온 양귀비 새싹도 질세라 끼어든다.
가지마다 닥지닥지 꽃눈을 매단 박태기랑 복숭아나무는 말없이 미소만 짓는다.
평화로운 한 폭의 풍경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이것은 완벽한 행복이다.
포근한 겨울날 아침, 고양이와 놀고 꽃과 나무의 대화를 들으며 드는 생각이다.
행복은 순간이고 찰나에 지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삶에 주어진 행복의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즐겨야겠다.
마음에 새기고 기억해야지.
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