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에 호기심이 생긴 것은 중학교 때다.
무용수가 펼쳐 든 꽃부채를 닮은 꽃이 핀 나무가 교실 옆에 있었다.
눈길이 자꾸 그리로 갔고 무슨 나무일까 이름이 궁금했다.
자귀나무, 이름은 그 때 알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고 즐긴다던가, 알고나니 자귀나무는 그리 귀한 나무도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가끔 눈에 띄는 나무였다.
그렇게 시골에 살던 때 가끔 보이던 자귀나무는 도시에 살면서 못 본 것 같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이 당연하니 까맣게 잊고 살았다.
이름도 잊었다.
자귀나무가 다시 눈에 들어온 것은 텍사스 수도 오스틴으로 이사와서다.
어느 식당 앞에 활짝 핀 자귀나무 꽃이 보였다.
중학교 때 자꾸 눈길을 끌던 그 나무 생각이 났다.
갑자기 가문비나무 생각이 왜 났을까... 이름이 그런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체를 하고 저 나무 이름이 가문비나무라 했더니 남편이 아니란다.
자기가 아는 가문비나무는 전혀 다른 모양이라 하였다.
그런가, 그렇지. 나도 가문비나무 모양이 떠올랐다.
남편 말대로 전혀 다른 모양의 나무다.
그럼, 이름이 뭐였더라, 뭐였더라...며칠 째 생각하다 드디어 자귀나무가 생각났다.
이름이 생각나니 자귀나무를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겼다.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하니 자귀나무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어려서 시골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흔한 나무다.
여기선 어찌나 잘 자라는지 다른 나무가 자라는 것을 방해할 정도란다.
시에서 가꾸지 말라고 권하는 수종 리스트가 있는데 그 중 하나라고 하였다.
가꾸지 말라고 권할 정도로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라면 내가 키우기 딱이다.
생명력이 강한 나무라더니 우리집 뜰에도 어디서 씨가 날아왔는지 싹이 터 자란다.
잡초에 섞여 자라는 자귀나무 어린 싹이 반갑다.
주변의 잡초를 뽑아주고 키우다 화분으로 옮겼다.
다른 꽃과 나무가 자라는 것을 방해할 정도의 생명력이면 화분에 키우기 좋다.
식당 야외테이블이 놓인 곳에 가져다 놓은 자귀나무가 꽃을 피웠다.
화분에 심긴 키 작은 나무가 꽃을 피우니 더욱 이뻐보인다.
분재가 별건가, 화분에 심어 키우면 분재지.
어제는 우리 식당에 처음 왔다는 한국 사람 가족이 있었다.
인사를 하니 한국 사람이냐고 반가워한다.
근처에 사는데 꽃과 나무가 이뻐서 한번 들렸다고 한다.
자귀나무 화분 두 개가 화사한 꽃을 자랑하더니 드디어 손님을 꼬드겨 들인 듯 하다.
관심이 많으면 나누어줄 수도 있다했더니 죽일까 겁난다고 손사래를 친다.
심어만 두면 절로 자라는 꽃과 나무도 있는데 죽일까 겁부터 내는 사람이 많다.
어쨌거나 요즘 나는 화분에 심겨 활짝 꽃이 핀 자귀나무로 인해 행복하다.
바라만 봐도 좋은데 손님까지 꼬드겨들이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