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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BY 낸시 2021-02-21

한파가 물러가고 날씨가 평상을 되찾았다.
첫 번째로 궁금한 것은 다육이들의 생사다.
실내로 피난한 녀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밖에서 추위를 견뎌야했다.
신문으로 덮고 식물용 블랭킷을 두 겹 세 겹 덮어주긴 했지만 워낙 기온이 낮아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
이틀 전 얼음판에 넘어져 다친 엉덩이는 앉고 설 때 마다 악소리가 절로 나게 아팠다.
하지만 아픈 것보다 다육이들의 생사가 더 궁금하다.
살아있다면, 신문과 이불을 일 주일씩이나 뒤집어 쓰고 얼마나 답답할까 싶기도 하였다.

식물용 이불이 날아가지 않게 눌러 둔 나무 토막과 벽돌 조각을 치웠다.
엉덩이가 아파 나오는 비명은 입술을 깨물어 삼키고 하나하나 들어냈다.
절뚝이는 걸음으로 들어낸 나무 토막과 벽돌을 한 곳에 모으고 식물용 이불을 걷었다.
아직 신문지로 덮여 생사는 알 수 없다.
숨을 멈추고 침을 꼴깍 삼키고 조심조심 신문지를 들어내니 다육이 발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실내로 피난시킨 녀석들과 달리 웃자람도 없다.
추위를 견디느라 성장을 멈추고 있었나보다.
기특한 녀석들, 이쁘고 사랑스런 녀석들!

모든 다육이 발디가 실내로 피난하거나 이불을 덮어쓰는 행운을 얻은 것은 아니다.
그냥 노지에서 고스란히 추위를 견뎌야 했던 녀석들도 많다.
다 죽었겠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래도 행여나하는 마음으로 녀석들을 살피러 갔다.
예상대로 죽어서 축 늘어졌다.
그런데 이게 뭐야, 죽은 녀석들 사이로 어쩌다 살아있는 녀석들이 보인다.
조그만 흠도 없이 말짱해 보인다.
똑 같은 환경인데 어찌 누군 죽고 누군 살았을까.
차이가 뭘까?
차이라면 잘 자라던 녀석들이 있고 같은 화분에서도 못 자라는 녀석들이 있긴 했다.
살아남은 것은 대부분 못 자라던 녀석들이다.
그것으로 모든 설명이 되진 않았다.
못자라던 녀석 중에도 죽은 녀석 산 녀석이 있다.
그 중에도 환경이 더 열악해서 더 못 자란 녀석이 살아남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무엇이 삶과 죽음을 갈랐을까?
잡초 같은 인생이란 말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더 강한 생명력을 갖었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
정말 그런 것인가.
환경이 비슷해 보여도 생명력은 조금씩 다를 수도 있는 것인가.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다육이의 생사를 보며서 한번 더 그 생각이 떠오른다.
이해 안되지만 그 중 하나 분명한 것은  열악한 환경의 다육이가 더 많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환경 탓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열악한 환경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력일 수도 있잖을까?
아니면 어떠랴.
죽고 사는 것이 내 뜻이 아니고 하늘의 뜻이라면 그 또한 주어진 것을 탓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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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사람 2021-02-22
    뉴스에서 텍사스의 한파 나온는걸보며 낸시님 생각을 했습니다. 엉덩이가 그리 아프신데 다육이를 살펴보셨군요,,,,저는 잘 키우던 다육이를 지난 한파에 다 얼려서 너무 속상해요,,늦게 비닐을 씌웠더니 후회막급이네요.오늘 다시 한파가 왔어요,,다시 씌워야겠어요..ㅠㅠ
  • 낸시 2021-02-22
    @ 행복한 사람비를 맞지 않는 곳에서는 비닐보다 신문지가 더 효과적이라더니 그런 것 같아요.
    다육이는 90퍼센트 이상 살려낸 것 같아 다행으로 여기고 있어요.
    엉덩이 통증도 많이 줄었어요.
    한파 뉴스에 잊지 않고 기억해주셨다니 감사합니다.ㅎㅎ
  • 토마토 2021-02-22
    텍사스의 추위가 끝났군요. 다행이예요,, 오늘 뉴스에도 가구를 태워서 견디고 전기료가 엄청나게 나왔다 등의 뉴스가 나와서 늘 낸시님은 어떻게 지내시나 하고 궁금했어요..
    얼음빙판에 넘어 지셨나봐요,,, 치료를 받으셔야 하는데 병원가는걸 싫어 한다고 하시니.. 한국 어르신들은 넘어지면 바로 물리치료 받거나 한의원가서 침 맞고 그러시는데 .... 나이가 들수록 회복력이 떨어져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겠더라고요. 저도 워낙 병원을 싫어해서 병원을 안다녔는데 몇년전부터는 아프면 병원가거든요.. 그 아픔을 참고 생활하면 내 체력이 더 떨어지고 무엇보다 회복력이 예전만큼이 아니여서^^;; 그런것 보면 낸시님이 정말 건강하신것 같아요 나이가 드셨는데도 아직 병원을 안다니셔도 버틸수 있는 체력이 있으시니.. 빨리 나으시길 바랄게요,.,
    전쟁이 나서 난리가 나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도 그 시체들 가운데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확률이 더 높을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육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산 사람들이나 좋은 환경에서 산 사람들이나 죽고 사는건 나의 의지대로 되는건 아닌가봐요 ...
  • 낸시 2021-02-22
    @ 토마토정말로 식물이건 사람이건 생과 사는 신비롭네요.
    어제도 식당 주변 다육이를 살피다 깜짝 놀랐어요.
    경사진 곳에 심긴 채 한파에 노출된 다육이들이 모두 살아있었거든요.
    빙판에 넘어져 아픈 곳은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병원을 싫어하니 나름 방법을 찾아 애쓰거든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최고 같아요.ㅎㅎ
    뉴스에 전기료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더라구요.
    전기요금이 사용량에 따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수요가 많아진다거나 발전량이 줄어드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지금 같은 경우는 수백배가 될 수도 있다는군요.
    주지사가 방법을 찾고 있다니 믿고 기다려봐야지요.
    세상에 완벽한 제도나 시설이 없나봅니다.
    발전시설도 친환경에너지 운운하더니 오히려 환경에 나쁘다하고 요런 때 재앙이 되기도 하니까요.
  • 소리새 2021-02-21
    우리 모두가 서로 다독여가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은 진정 새로운 '행복의 모라토리움' 입니다~
  • 낸시 2021-02-22
    @ 소리새행복의 모라토리움, 뜻을 몰라 찾아봤어요.
    여전히 알쏭달쏭하네요.ㅎㅎ
  • 세번다 2021-02-21
    제가 눈길에 엉덩방아 심하게 찧고 너무아파서 병원가니 그리나왔어요
    무조건 안움직여야 굳는다하더군요
    타박상임 이삼일임 괜찮은데 뼈면 통증이 꽤갈거에요 조심하셔요
  • 낸시 2021-02-21
    @ 세번다그러셨군요.
    저도 인터넷을 찾아보고 가능하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알았어요.
    조심해야지요.
  • 승량 2021-02-21
    이추운겨울 고생많으십니다ㆍ
    움직이지도못하시니.걱정많으시겠어요
  • 낸시 2021-02-21
    @ 승량날씨는 풀려서 괜찮은데 당분간은 엉덩이 때문에 불편할 것 같아요.
    그래도 이만한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 세번다 2021-02-21
    엉덩이면 꼬리뼈 미세하게 금간것일수도있는데
    될수있는한 움직이지마셔야해요
    악소리나게아픔 뼈일수있는데
    눈에 한파에 단전되고 텍사스소식이 심각해서
    걱정되더군요
    다육이의생사 강한놈은 살아남았을거에요
  • 낸시 2021-02-21
    @ 세번다꼬리뼈에 금간 것일 수도 있다는 말에 인터넷을 뒤져 증상을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분간 조심해야겠어요.
    단전되고 단수되고 난리를 겪은 집이 많았다는데 우리는 전기와 물은 있어 다행으로 여깁니다.
    같은 종류, 같은 환경에서도 산 자와 죽은 자가 있으니 정말 생사가 하늘에 달렸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