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마음을 바꾸면 안되는데, 왜 그랬을까.
할 일이 없으면 구경삼아 꽃집에 갈 때가 많다.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고.
그렇게 들렀다 자두나무를 봤다.
그렇잖아도 2그루를 사다 박태기 옆에 심어야지 벼르던 것이라 반가웠다.
분홍 박태기꽃과 흰 자두꽃이 어우러지면 봄기분이 제대로 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자두나무 2개를 골라 계산대로 가려다 복숭아 나무를 보았다.
밥풀보다 큰 꽃망울이 가득 달려있었다.
큼직한 꽃망울에 마음이 혹해서 순간 자두나무를 복숭아 나무로 바꾸었다.
자두나무를 샀어야 하지 않을까, 복숭아꽃도 이쁜데 자두나무를 고집할 필요가 있나.
집에 오는 길 내내 맘에 갈등이 일었다.
집에 와서 박태기 나무 옆에 땅을 파고 복숭아 나무를 심었다.
땅을 깊이 파서 나무 2그루를 심고나니, 나이값을 하느라 숨이 차고 힘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두나무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직도 있을까, 다시 가볼까.
복숭아꽃보다 여리여리한 자두꽃이 훨씬 이쁜데, 내가 잠시 정신줄을 놓았나보다.
날이 밝으면 오늘은 제일 먼저 꽃집에 가봐야겠다.
자두나무가 아직도 있으면 사고 없으면 포기해야지.
자두꽃이 눈에 아른거린다.
남편이 한국으로 가자고 해서 뜰에 새로 나무 심는 것은 그만 해야지 했었다.
웬걸, 집을 팔까 생각하니 아쉬운 것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이것도 했으면 좋았고, 저것도 했으면 좋았는데.
마침, 남편이 식당을 일년 쯤 더하겠다고 하니 나는 뜰을 좀 더 가꾸어야겠다.
화사한 봄꽃도 뜰에 가득 들여놓고 오는 봄을 더 즐겨야지.
그 마음과 함께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자두나무였다.
나무 종류는 아무래도 값이 만만치 않아 쉽게 사지 못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큰 맘 먹고 사야지 했다.
마침 맘에 드는 자두나무를 발견했는데, 복숭아나무를 사다 심다니, 잠시 미쳤었나보다.
심은 복숭아나무를 파낼 수는 없고, 복숭아도 심고 자두도 심으면 더 좋지.
문제는 자두나무 심을 자리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자두나무 심으려던 자리는 복숭아나무가 이미 차지하고 없는데, 머리에 이고 살 수도 없고.
맘을 비우고 살자 살자 하는데 꽃욕심은 버리기가 참 어렵다.ㅎㅎ
자두나무를 들고 뜰을 뱅뱅도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디에 심지, 어디에 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