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도 아닌 것이
어릴 때부터 툭툭 엉덩이를 두들기던 손길들이 많아서일까, 딸아이의 엉덩이는 그에 힘입어 보답이라도 하듯 나날이 크게크게 둥글게둥글게 그렇게 영글어 갔다.그 엉덩이 때문에 몸무게가 제법 더 나가리란 걱정을 하며 안타까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는 늘 딸아이 엉덩이 툭툭 두드..
96편|작가: 선물
조회수: 1,993|2004-09-06
하늘이 보이시나요?
눈이 시리다는 표현이 정말 한치의 보탬도, 덜함도 없이 꼭 들어맞는 그런 하늘을 얼마 전 보게 되었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이라 할지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옮기기엔 턱없이 부족하련만 그래도 그 순간 내 입에선 그림 같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찬란한 쪽빛 하..
95편|작가: 선물
조회수: 1,792|2004-09-03
여름을 삼켰다.
무척 긴 글입니다. 이렇게 글로써 정리할 수 있음이 참으로 다행이다 생각듭니다. 제 아이 이야기를 별 망설임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같은 엄마의 맘으로 읽어주시리라 믿어지기 때문이지요. 함께 해주신 모든 님들, 앞으론 힘찬 내용의 글로 만나고싶습니다. 그동안 힘 ..
94편|작가: 선물
조회수: 1,912|2004-09-01
새끼
참 예쁜 토끼를 보았었다. 어떤 손길도 닿지 않은, 소복하게 쌓인 그대로의 탐스런 눈을 닮았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루 속의 뽀얀 백설기를 닮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눈부셨던 순백의 갓난 토끼를 보며 차마 눈길주기조차 두려웠던 것은 내 눈길이 토끼에게 독..
93편|작가: 선물
조회수: 1,841|2004-08-27
길 위에 서서
언제부턴가 귀가 먹먹하다.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나왔을 때나 높은 산에 올라가 기압 차가 많이 날 때 그럴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남편은 코를 잠시 쥐었다가 놓으라고 한다. 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차라리 귀가 들리지 않았으면... 눈도 ..
92편|작가: 선물
조회수: 2,035|2004-06-23
순명
길을 가다 물을 만나면 절로 가슴이 설렌다. 잔잔한 호수라도 좋고 파도 넘실대는 바다라도 좋다.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의 청정한 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난히 물이 내 눈길을 붙들고 내 마음을 끌어안는 이유는 그 자신의 몸을 커다란 흐름에 온전히 맡기고 거스르지 않..
91편|작가: 선물
조회수: 1,948|2004-05-31
인연의 손
얼마 전 성당주보에서 한 신부님의 글을 보았다. 그 분은 사제 서품을 받고 난 뒤 처음 발령 받은 성당에서 교우들과 제법 깊은 정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새로운 본당으로 떠나게 될 때 헤어짐이 너무 아파 꽤나 큰 상처를 받으신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깨달았던 것..
90편|작가: 선물
조회수: 2,327|2004-04-27
불빛
어스름 저녁이 내릴 즈음이면 가끔씩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딱히 분명한 이유도 없으면서 한없이 가라앉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면 당혹스럽다. 그리고 스스로가 안쓰럽다. 몸 속의 모든 기운들이 손끝으로, 발끝으로 연기처럼 흔적 없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순간적으로 한..
89편|작가: 선물
조회수: 2,427|2004-04-09
어머님의 숨겨놓은 딸.
어머님께는 여섯 분의 자녀가 있습니다. 4녀1남, 그리고 또 한 명의 딸.그런데 정식 딸이 아닌 그 한 명의 딸이 저를 많이 속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딸은 항상 어머님과 함께 있습니다. 한 시도 어머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곁에 꼭 붙어 있으면서 어머님 비위를..
88편|작가: 선물
조회수: 2,718|2004-03-25
진실게임
진실게임이라는 것이 있었다. 연한 자극에도 감성의 바다가 살랑거리며 춤을 추고 스치는 눈빛에도 야릇한 설레임이 느껴지던 시절, 나는 은근히 그 비밀스런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진실게임을 텔레비전에서 보게 되었다.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여러 사람들..
87편|작가: 선물
조회수: 2,282|2004-03-22
엄마는 바보... 속물...
엄마와 아이와의 대화입니다. "엄마, 회장 나가서 되면 아빠가 담배 끊는대." "응? 음... 그럼 회장 말고 부회장 나가라. 회장 되면 엄마가 힘들어. 돈도 많이 들고.." 안 그래도 회장직이 좀 두려웠던 아이는 대뜸 좋아라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계산이 맞아..
86편|작가: 선물
조회수: 3,074|2004-03-17
대구 가시내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로 오기까지 약 17년을 대구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후로 지금까지 22년을 서울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살아온 기간과는 달리 내 정서의 대부분은 대구에서 이루어졌고 그런 까닭에 고향이라면 당연히 대구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도 때론 완전한 대구..
85편|작가: 선물
조회수: 2,708|200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