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는 여섯 분의 자녀가 있습니다. 4녀1남, 그리고 또 한 명의 딸.
그런데 정식 딸이 아닌 그 한 명의 딸이 저를 많이 속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딸은 항상 어머님과 함께 있습니다. 한 시도 어머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곁에 꼭 붙어 있으면서 어머님 비위를 맞추느라 온갖 애를 다 씁니다.
그 딸은 때때로 절 울리기도 하면서 어머님 곁에서 의기양양 잘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전 찍 소리도 못한 채 그저 기만 잔뜩 죽어지냅니다.
아무리 제가 더 가까이 가고싶어도 그렇게 할 방법이 보이질 않습니다.
전 그녀를 절. 대. 로. 이길 수 없습니다.
그 딸은 어머님이 꼭 저로 인해 기분 언짢아하실 때 나타납니다.
저를 밟고 귀염을 독차지 하니 전 당연히 그녀가 미워집니다. 하지만, 밉다고 해서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우러러보고 모셔야 할 판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시새움에 그녀를 맘속으로 많이 미워도 했지만 이젠 조금씩 익숙해진 탓인지 예전보다는 한결 미움이 덜 합니다. 어떤 때는 도리어 그녀의 덕을 제가 보기도 할 정도입니다.
결혼하고 나서 한동안은 그녀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어머님과 익숙해지던 어느 날 어머님 입에서 그녀의 이야기가 흘러 나왔습니다.
어머님께서 입맛 없어 하시던 날이었습니다. 제가 장만한 음식간이 어머님께 맞지를 않자 어머님은 그녀에게 반찬을 만들게 하셨습니다.
전 그 때 처음으로 그녀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어머님의 또 다른 딸.
"내 손이 내 딸이다!"
어머님은 직접 당신 손으로 음식을 장만하시고는 아주 달디달게 진지를 드셨습니다.
그리고선 하셨던 말씀이 <내 손이 내 딸이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뒤로 전 종종 그녀 앞에서 잔뜩 주눅 든 채 옆에서 조수 노릇이나 하며 그녀의 작품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녀는 늘 어머님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을 장만하여 뽐냈습니다.
하지만, 이젠 가끔씩 저도 그녀를 부려먹습니다.
어머님의 딸.
그녀는 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주기도 합니다.
어머님 손맛이 제게도 간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 전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어머님, 따님께 맛있는 것 좀 해 달라고 부탁하세요."
그러면 눈총 한 번 휘익 주시고는 어머님 딸을 불러 뚝딱 뚝딱 맛있는 음식을 만들게 하시지요.
며느리를 위해 당신 따님에게 일을 시키시는 어머님이 참 귀엽습니다.
그리고 한 때는 정말 절 서럽게 만들었던 그 딸이 이젠 제법 만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