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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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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병도 아닌 것이


BY 선물 2004-09-06

  

어릴 때부터 툭툭 엉덩이를 두들기던 손길들이 많아서일까, 딸아이의 엉덩이는 그에 힘입어 보답이라도 하듯 나날이 크게크게 둥글게둥글게 그렇게 영글어 갔다.그 엉덩이 때문에 몸무게가 제법 더 나가리란 걱정을 하며 안타까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는 늘 딸아이 엉덩이 툭툭 두드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툭툭 그냥 건드리는 것만으론 이젠 성에 차질 않아 슬쩍 엉덩이 살을 한웅큼 쥐어보기도 한다. 물론 아이는 질겁을 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툭 던진다.

"아잉...엄마 변태..." 그러나 아이 입꼬리는 올라만 간다. 저도 알겠지, 지가 이뻐 하는 행동임을...

아이의 묵직히 잡히던 엉덩이, 그 살덩어리를 못 만진지도 보름이 되었다. 아이가 떨어져 있음 가장 그리운 것이 아이의 살이다. 손, 발, 엉덩이, 그리고 찌찌...

예전에 사춘기 시절 짓궂은 친지들이 지나가며 봉긋 솟아오르기 시작한 내 가슴을 슬쩍슬쩍 만지기라도 하면 아무리 같은 여자라도 은근히 징그럽단 생각을 하며 피해 다녔는데 왜 그 분들이 그리 했는지 알만하다. 아이가 예쁠 때만 나도 그런 엉큼한 사람이 되니 그 때 그 분들도 내가 예뻐보였나보다. 

아이에게 여러가지 물건을 보내며 편지를 세 장이나 써서 함께 보냈다. 편지의 내용에 네 엉덩이 살이 그립단 말을 절절히(?)써 보냈다. 아이는 나의 그 편지때문에 함께 기숙하시는  여선생님께도 살을 제공(?)해야 하는 고초를 겪고 있다며 찡얼거린다. 좋다는 것인지, 싫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아마 저 자신조차도 헷갈릴 것이다. 좋은건지 싫은건지...

매일같이 전화벨만 울리면 가슴이 뛴다. 딸아이 전화일까봐...그렇게 애타게 기다려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게 아닐까 안절부절 그런 맘이되어서...

아이에게  따뜻한 이불과 함께 내 맘도 실어 택배를 보낼 때 몇 통의 편지를 함께 보냈다. 아마 아이는 아빠 편지, 할머니 편지, 고모 편지, 엄마 편지 한꺼번에 받는 즐거움에 통통 튀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겠지? 혼자 덩달아 즐거워졌다.

그러나 아이의 전화음성은 기운이 없다. 물론 나는 가슴이 쿵한다. 얘,왜 그러니? 아이는 울먹이며 한마디 한다.

"왜 디카 안 보냈어? 흑흑.. 중국여행 갈 때 다른 얘들은 다 가지고 가는데 나만 없잖아..."

"아이구, 이 놈아.. 엄마한테 그깐걸로 울며 전화하냐? 디카 고장내고 얼마 안되었는데 넌 간수도 잘 못하니까 이번엔 그냥 가라. 그런걸로 엄마한테 울며 전화하는 넌 정말 너무 하는 거야.."

"그래도 엄마 디카 보내줘..엉엉"

결국 택배 보낸지 하루만에 또 디카만 달랑 택배보내고 말았다. 멀리 있는 딸이 우는 소리는 차마 들을 수가 없는 맘이다. 이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또 맘이 약해져간다. 그래도 디카 받고난 뒤 "엄마,아까 징징거려서 미안...사실 할머니 엄마 편지보고 울었어. 보고싶어서..엄마 사랑해요." 라고 전화해주는 딸아이의 한마디에 가슴이 다 녹아내린다.

중국 가기 전날 아이의 전화를 기다렸다. 잘 갔다오란 말을 하고파서...기다리는 전화가 드디어 왔다. 그러나 또 징징거린다.

"엄마, 추석 때 나 데리러 와야 해, 나 기차타고 가기 힘들어."

"야, 그 땐 너무 막힌단 말이야.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기차 타고 와."

"싫어, 엄마 꼭 와야 해!"

"네가 공주냐? 너 왜 그러니."라고 언짢아 한 뒤 살살 달랬다. 중국 잘 갔다 오고  추석 때는 친구들과 함께 기차타고 오라고...그게 더 재미 있을거라고...

아이는 아직 기차를 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서울까지 함께 오는 아이들 중에는 잘 아는 친구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서 기차표를 예매했고 내려가는 열차표까지 다 예매해버렸다. 더 이상 약해져션 안돼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저녁에 열차표때문에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시는 선생님이 받으셨다. 아이의 최종합격을 결정하신 분이다.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정말 제 맘에 쏙 드는 아이에요.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들끼리 이런 말도 한답니다. 정말 잘뽑은 아이라고... 성격이 여리고 착해서 참 좋아요. 또 단체로 혼을 낼 일이 있어 나무라도 그 아이만큼은 노여움을 타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고맙답니다."

아이가 기숙사생활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청소, 빨래 다 잘한다고 하신다. 물론 내가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을 아시고 안심시키기 위해 하신 말씀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정말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에서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던 아이이다. 일요일이면 열두시까지 늦잠 자던 아이인데 새벽 6시에 일어나면서도 힘들단 말을 않는다. 참 신기하다.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물론 아이는 또 엄마인 나에겐 징징거리는 전화를 할 것이다. 그래도 이젠 안심이다.

지가 그나마 내게 다 쏟아 붓고 그래야 또 힘을 얻겠지..그렇게 이해를 한다.

그래도 저 울움섞인 소리에 난 하루종일 불편한 맘이 되는데..그건 모르나보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그게 에미자리인 것을...

상사병도 아닌 것이 늘 가슴 콩닥거리게 만드는데 참 환장하겠다.

그래도 기쁘게 감내해야할 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