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산 바람 머리에 이고 하늘을 가르는 목어木魚는 울지 못한다 은색 금색 온 세상 색 실로 수繡를 놓아 달래 보아도 눈을 내어 주고 배가 갈리운 목어木魚는 빈터를 내어 주어도 울지 못한다 죽은 듯 삶에 내어 맡겨진 채로 흐르던 목어木魚는 낡은 봇짐..
79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463|2004-05-10
누가들어주기나말기나
건강하다는 것은 고통을 느낄 줄 안다는 것이다 심각한 병이 들게 되면 고통 조차 느끼지 못한다 양심에 화인 맞았다는 말이 있다 가끔 내 안에 상처를 아프게 느끼지 못할 때 혹 내가 양심에 화인 맞은 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
78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890|2004-05-06
이런생각을했습니다
아침을 부르지 못한 새벽은 고요합니다깊은 어두움이 채 가시지 않아 새들 조차 푸덕푸덕 날개짓만 할 뿐입니다보이지 않는 잔 이슬비가 굵게 침묵하며 흐르는 강에게 말을 건네다 머쓱하니 내게로 오는가 봅니다 코끝에 촉촉한 물기운이 닿는 것을 느끼니요멀리 보이는 정자엔 한 사..
77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435|2004-05-02
사람들때론그렇더라
사람들 때론 그렇더라 / 김미선 때론 사람들 그렇더라 내 말을 제 말로 듣고 좋아라 하고 내 말을 제 말로 듣고 싫어라 하고 내 생각을 제 생각으로 알고 좋아라 하고 내 생각을 제 생각으로 알고 싫어라 하고 나 없어지고 제 살아나 웃고 ..
76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476|2004-04-30
반갑고도아픈전화
이른 아침에 반가운 전화가 왔다때로는 서로에게 어머니처럼 때로는 서로에게 자매처럼때로는 오랜 벗처럼 지내왔던 그녀워낙 전화에 인색한 나..이곳으로 이사 온 후 진실한 마음으로만 그녀를 염려할 뿐음성으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일방적인 그녀의 전화와 편지만을 받으면서..
75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439|2004-04-28
쑥을캐러갔었습니다
쑥을 캐러 갔었습니다 지진한 겨울을 땅 속 깊이에 가는 뿌리에 걸어두고 눈부신 햇살에 조금은 부끄러이 땅위에 오른 쑥을 캐러..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은 싱그럽게 불었습니다 일부러 양볼에, 잔등에 햇살을 얹었습니다 따슨 햇살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등을 데웁니..
74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635|2004-04-22
욕심의재만쌓을뿐
한번도 제 몸 찢기우는 산고의 고통을 겪으며 가지를 티워 내지 못한 나무가 잔설이 무겁게 내려 앉아 오돌돌 추위에 떨며층층이 설움 짊어진 잔 가지들의 아픔을 눈치 채지 못한 나무가북풍에 제 살가지 부러져 수천호號나 되는 잿빛 화폭에 누운 생인손 같은 또 하나의 '나' ..
73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389|2004-04-20
반성중
검푸른 빛은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새벽길을 나서니 하늘이 검푸른 피빛처럼 보인다밤새 으르렁 거리며 눈 빛을 그리도 번쩍이던하늘이 막상 우산을 들고 나서니 달려들지도 못한다온 땅이 촉촉히 젹셔진다열병을 앓던 산하山河..사람..모두에게 그리 젹..
72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623|2004-04-13
큰힘과작은힘
바람이 마치 가을바람과도 같다 허기진 사람처럼 배불리 바람을 마셨다 옷깃을 잡아 여미어도 온 몸 거죽이 흔들린다 새벽에 매몰찬 바람이 그리도 불더니만.. 하루 온 종일 집안 청소를 했다 잔설이 햇살에 스러지며 내는 향이 나무 가지로 스며들고 숲은 잔기침을 ..
71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536|2004-04-01
봄바람팽이치기
봄이되면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새순이 돋아 납니다나무가지에 움트는 싹들이 거저 자라는 줄 알았었지요봄 바람에 산들거리는 여린 싹을 보며 문득 어릴 적 팽이치기가 생각이 났더랬습니다. 팽이를 멈추지 않게돌리려면 적당할 때 팽이채로 때려 주어야 하는 것처럼 바람에게도 손..
70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509|2004-03-24
사실과진실
입 달린 새들이 내게 쪼아다 주는 것은 날마다 놀랠만한 수 많은 사실들입니다 신문에도 책자에도 방송에도 내 귀에 내 눈에 혹 내 느낌에 아.. 그러나 불행히도 사실이 진실로 가는 문을 얼마나 가리우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혜안이 제게는 없습니다 오늘 나는 사실에 가려진 진..
69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329|2004-03-20
마음이하는이야기듣기
마음이 하는 이야기듣기 매주 한 번씩 찾아가는 정신병동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세월과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환자들의 눈 속에서 그들만의 꿈을 읽고 돌아온다. 눈에 띄는 분 가운데 소녀시절에 입었음직한 옷을 입고 머리에 꽃 핀을 꼽고 꽃이 ..
68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801|200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