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마치 가을바람과도 같다
허기진 사람처럼 배불리 바람을 마셨다
옷깃을 잡아 여미어도 온 몸 거죽이 흔들린다
새벽에 매몰찬 바람이 그리도 불더니만..
하루 온 종일
집안 청소를 했다
잔설이 햇살에 스러지며 내는 향이
나무 가지로 스며들고 숲은 잔기침을 내 뱉는다
장미향 양초는 타닥타닥 잔 신음 소리를 내고 타 들어간다
휘파람새가 노래한다
창 너머 작은 산등성이 잔가지가 흔들거린다
어느새 연둣빛 물감을 풀어내며 잔잔히 흔들린다
내 마음 그루터기에도 싹이 트이는지 간지럽다
겨울을 밀어내기엔 너무 힘 없는 봄바람이
부드러움만 가지고도 자존심 강한 겨울을
밀어 내고 있는지 봄의 열감기로 노을이 붉다
여리다는 거
부드럽다는 거
소리가 작다는 거
정말 더 힘이 있는 것일까
천둥소리처럼 큰 소리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데
아주 작은 소리에 사람이 죽는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