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티워 내지 못한 나무가 잔설이 무겁게 내려 앉아 오돌돌 추위에 떨며 층층이 설움 짊어진 잔 가지들의 아픔을 눈치 채지 못한 나무가 북풍에 제 살가지 부러져 수천호號나 되는 잿빛 화폭에 누운 생인손 같은 또 하나의 '나' 쓰린 마음 쓸어 내리며 내려다보지 못한 나무가 조롱과 멸시에 견디다 못해 거북딱지처럼 터져 갈라진 몸뚱아리 부끄러움 없이 숲을 바라는 견고한 침묵의 눈을 가지지 못한 나무가 어찌 북으로 향한 좁은 길을 낼 줄 알 것이며 어찌 남으로 향한 넓은 창을 내며 자문刺文으로 제 삶 떨군 나이테를 그릴 수 있을 것인가 다섯 덮개五盞는 사람에게 뿐 아닌 것 고요가 고른 숨으로 찾아 깃들고 새벽을 쪼으려 이리저리 바쁜 새 조차 찰라에 정지된 공간과 시간이 두려워 소리를 잃고 가는 목만 돌리는 적막한 새벽이 지나면 달도 제 그림자 조차 찾을 수 없는 어두움도 사라지리 조금은 아프게..라는 이름으로 마음 되잡는 시간들 곱씹어 보려 해도 사람 마음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내 걸음 어디를 향하든 욕심의 재만 쌓일 뿐이다 五盞..탐욕 분노 우울 들뜸 의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