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하는 이야기듣기
매주 한 번씩 찾아가는 정신병동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세월과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환자들의 눈 속에서 그들만의 꿈을 읽고 돌아온다. 눈에 띄는 분 가운데 소녀시절에 입었음직한 옷을 입고 머리에 꽃 핀을 꼽고 꽃이 그려진 손거울을 들고 아주 단아하게 다리를 꼰채 앉아서 하루종일 거울만 보는 할머니가 있다. 지나치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칠 모양이면 화들짝 놀라며 눈길을 거두어가신다. 오늘은 마음 먹고 그 분에게 갔다. 할머니의 눈 보다는 백발의 고운 머리에 꼽힌 꽃 핀이 더 나를 반기며 웃는다. 할머니 손을 내려다 보았다. 미국 할머니 손에도 검버섯이 생기긴 생기는구나...... 가만히 손을 잡았다. 내 눈 속으로 할머니 눈을 불렀다. 내가 큰 소리로 이야기해도 듣질 못하신다. 그저 잡은 손만 만지작 거릴 뿐 할머니 눈 속에 흐르는 옛 추억을 보았다. 할머니 눈 속에 흐르는 진한 그리움도 읽었다. 가족이야기를 할때 할머니 눈이 촉촉히 젖어든다. 할머니가 지갑을 열어보인다. 사탕 몇개...빛 바랜 사진 한장.. 파란 눈동자에 행복이 가득 담긴 사람들이 활짝 웃고 있다 할머니 입도 행복하게 웃고있다 만지작 만지작..쭈글거리는 손 바닥안에 손 때 묻은 보청기.. 보청기를 꺼내 귀에 꼽아드리려하니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신다. 하는 수 없이 수화로 말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내가 못알아 들어 답답하지... 보청기를 끼면 세상이 너무 시끄럽단다... 옆에서 하는 귓속말로 남을 욕하는것 까지 들린단다. 남의 마음 속 까지 보게 되는게 두렵단다. 어느 님의 글에선가 보았다 모든 세상의 매체속에 벗어나 살고 싶다고... 그래 살맛 나는 세상이란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듣지 않을 수 있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하리라. 그래서 생각했다 남이 들어서 괜찮을 말을 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의 보청기 하나 장만하려했는데 아무래도 그만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