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한 세상이야
살만한 세상이야 영감은 거래처엘 다녀오는 길에 쓰러졌단다. 옆에 섰던 젊은이가 119로 전화를 하고, 달려온 엠브런스에 동승한 의사의 현명한 판단으로 뇌 전문병원으로 내달았단다. 빠른 진료를 받아, 뇌의 손상이 적었고 회복도 빠르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정말 ..
128편|작가: 만석
조회수: 1,702|2015-01-02
내가 남편을 사랑하기는 했던..
남편을 사랑하기는 했던가. 부부가 살다가 늙어지면 병은 나게 마련이다. 요는 누가 먼저 병을 얻느냐 하는 것만이 문제다. 친정의 큰오빠는 우연히 집에 들어온 노인에게, 결혼을 앞둔 내 사주팔자를 물었다. “복이 많은 처자네. 이 결혼하면 효도도 많이 받을 것이고 ..
127편|작가: 만석
조회수: 2,892|2014-12-20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오랜만에, 참 오랜만에 자판을 두드린다. 아컴에 들어와 글을 올린 게 8월의 초. 그러나 무심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읽고 싶은 글은 찾아서 읽는다. 그동안 엄청난 일이 일어나서 답글을 달고 안부를 묻는 일을 하지 못한 것뿐이다. 그러고 보니 그..
126편|작가: 만석
조회수: 2,252|2014-12-10
아직도 할 일은 많은데
아직도할 일은 많은데 겨울 추운 날엔 집의 런닝머신 위에서 걸었다. 나가지 않아도 하루에 만보쯤은 거뜬하게 걷는 셈이다. 윗몸 일으키기, 자전거, 덜덜이, 족욕통, 적외선치료기 또…. 이름도 모르는 운동기구를 방안 가득 늘어놓았으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올라타는 건..
125편|작가: 만석
조회수: 1,458|2014-07-25
내 일이 있다는 건 참 좋은..
내 일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여 내게 일이 있다는 게 참 좋다. 아니, 이렇게 내 일을 할 수 있음이 너무 좋다. 타인은 할 수 없는 그 무엇.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요새로 나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산다. 왜 그걸 예전엔 미처 몰랐을꼬. 한창 잘 나가던..
124편|작가: 만석
조회수: 1,977|2014-07-14
이 남자 속 보이네
이 남자 속 보이네 “물에 부른 쌀이 없어서 아직 밥 못 안쳤는데.”주말이라고 영감이 집에 있으니 점심을 챙겨 줘야겠다. 모처럼 양처(良妻) 노릇을 좀 하자 하고 이층에 올라 주방으로 향하니, 영감이 잽싸게 내 앞을 가로질러 먼저 주방으로 들며 하는 말이다. 천상..
123편|작가: 만석
조회수: 1,720|2014-06-07
많이 부족한 어미로 소이다 ..
많이 부족한 어미로소이다 2 바느질이 웬 말이냐고 그렇게 완강하던 아들도, 어미가 팔을 걷어붙이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황금 같은 닷새의 연휴를 고스란히 엄마에게 희사했다. 어미를 닮아서 깔끔하다고들 하지만 이젠 어미를 넘어선 깔끔을 떤다. 영감을 부려먹으려면 ..
122편|작가: 만석
조회수: 1,795|2014-05-28
아~ 옛날이여 2
아~ 옛날이여 2 아이들에게 의논을 하니 두 아들은 극구 말린다. 그러나 결정적인 용기는 미국에 사는 큰딸아이에게서 얻었다. 대학교수로 정년을 마친 안사돈이 곧 병원에서 청소를 한단다. 팔십을 바라보지만 늘 부지런히 몸을 놀려서인지, 몸이 날렵하고 아픈 곳이 한 ..
121편|작가: 만석
조회수: 1,216|2014-05-24
나이를 생각하시라구요
나이를 생각하시라구요 “띠리리리 띠리리링~♪”“양장점을 다시 하신다고요?”“왜요? 살림이 어려워지셨어요?”“애들이 뜯어가나요?”“지금 그 나이에 바느질이라니요.”올케는 내가 답을 할 틈도 주지 않고 쏟아놓는다. “하시지 마세요. 난 분명히 하시지 말라고 했어..
120편|작가: 만석
조회수: 1,526|2014-05-19
아~ 옛날이여!
아~ 옛날이여! 월세로 내놓은 아래층이 나가질 않는다. 아마 한 일 년은 됐지 싶다. 뭐, 내 경우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요새로 월세가 잘 나가지 않는다는 부동산의 전언이다. 그렇다면 다시 내가 열어봐봐? 02학번으로 늦은 대학생 노릇을..
119편|작가: 만석
조회수: 1,601|2014-05-05
어미도 만두를 좋아해
어미도 만두를 좋아해 주말 늦은 저녁에야 아들네 세 식구가 들어선다. 영감은 금요일 저녁부터 목을 빼고 손녀 딸아이를 기다리는데 말이지. 그들이 언제나 주말에나 온다는 걸 이젠 알만도 한데 말이지. 허긴 나도 마당에 나가 담장 위로 머리를 빼고 아래를 내려다보곤 ..
118편|작가: 만석
조회수: 1,739|2014-04-21
많이 부족한 어미로소이다
많이 부족한 어미로소이다 내겐 아들이 둘이 있다. 딸도 둘이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있었었다.’라는 표현이 옳겠다. 지금은 며느님들의 남편으로, 사위님들의 마눌님으로 사니까 말이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그 시대에, 욕심이 많은 나는 그렇게 사 남..
117편|작가: 만석
조회수: 1,668|201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