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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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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여


BY 만석 2014-07-14

내 일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여

 

내게 일이 있다는 게 참 좋다. 아니, 이렇게 내 일을 할 수 있음이 너무 좋다. 타인은 할 수 없는 그 무엇.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요새로 나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산다. 왜 그걸 예전엔 미처 몰랐을꼬. 한창 잘 나가던 젊은 시절보다 시방이 더 흥미롭다. 그땐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집안 경제를 도와야 한다는 강박감에, 남들이 하지 않는 힘들고 피곤한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게 항상 나를 견디지 못하게 했다.

 

이젠 다르다. 서두에 말한 것지처럼 이 나이에, 남이 할 수 없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게 이렇게 큰 긍지(矜志)일 수가 없다. 혹자는,

지금 그 나이에……. ”하기도 하고,

이 집이 댁의 집이요?”묻고는,

그런데 왜 이 고생을 하오.”하기도 한다.

 

이 일이 그리 고생스럽게 보이오?”라고 물으니,

언젠가 밤 두 시에 밖에 나와보니, 아주머니가 그 시간까지 작업을 하고 계시던데요.”한다.

난 이런 집이 있으면 그렇게 고생하고 살지 않아요.”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말로만 이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내 집이 허대좋고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는 줄 알겠다 ㅋㅋㅋ. 이 이야기를 들은 건 15년 전의 일이다. 그 여자가 지금의 나를 보면 아마,

그 여자는 아직도 그 지경이더라.”고 하겠지.

 

물론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건 아니다. 고로 남의 이목을 절대무시(絶對無視)’하며 살 수는 없다. 나도 타인들의 당치않은 평가에 상처도 받고, 그래서 의기소침(意氣銷沈)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같이 이 나이가 되면, 그쯤은 개의치 않고 묵살하며 살만은 하다. 남들이야 하기 좋은 말로 좀은 뻔뻔해졌다고 하겠다. 그러나 나는 달관(達觀)이라는 표현을 달고 싶다. 이를테면, 덩치가 작은 차를 타면서도 소신(燒身)을 앞세워 당당하게 사는 자부심(自負心)같은 거 말씀이야.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前提)는 반드시 있어야겠지.

 

그러나 이런 나에게도 상상하지 못했던 애로(隘路)가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크게 느끼는 게 친구들과의 유대(有待). 각자 그 나름대로 사정이 있으니 내 사정에만 맞추자는 것은 무리(無理). 자연스럽게 내가 빠지게 된다는 말씀이지.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했겠다?! 이 시점에서 나는 주판 알을 튀긴다.

친구와의 유대가 중요한가?’, 아니며,

남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내 일>이 중요한가.’.

 

물론 가게에서 만나는 새로운 관계의 사람들도 무시하지는 못한다. 예전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넓혀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긴 경험에 의하면, 손님과의 유대는 그때뿐이다. 가게의 문을 닫는 순간 그들은 생판의 남이로 돌아간다. 상대는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랬다. 친구와의 그 뭔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끈적한 그런 관계와는 다르더라는 말이지. 또 더러는 말한다.

시방 당신이 상 도의(商 道義)를 따질 게 뭐 있어. 걍 가게 운영하다가 친구들이 나오라면 문 닫고 나가면 되지.”

 

그런데 이왕에 가게를 열었으니 남들보다 더 잘하지는 못해도, ‘남처럼은 해야 한다는 게 나, 만석(晩石)이의 알량한 소신이다. 그래서 내 고민은 크다. 친구들은 내 집의 가까이에서 식사를 하고 내 가게에 모여 수다도 떨잔다. 물론 나를 위하는 그녀들의 배려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는 말이지. 나는 그렇다 치고 그녀들은 내 가게에 들어오면 그냥 나가지 못할 게 뻔하다. 바지라도 치마라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옷을 사 입는 것 조차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건 내게 크나큰 부담이 된다. 친구는 그냥 친구로 족해야 한다. 친구와의 사이에 상혼이 메이면 끝이 좋지 않다는 게 내 경험에 의한 소견(小見)이고 세상을 사는 진리(眞理)이다. 아마 머지않아 친구들과는 소원(疏遠)해지지 싶다.

 

보림아~!

감기는 좀 나았는감? 그래서 어린이 집에는 간 겨? 못 간 겨?

할매도 어린이 집에나 다녔으믄 쓰겄다 ㅎㅎㅎ.

근디, , 할미가 지어 준 드레스는 잘 안 입는 겨?

엄마가 안 입혀주남? 다리기 귀찮어서?그려두 그게 아주 좋은 면이라서 엄청 시원한디. 엄마가 뭘 몰러.
내 일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여

할매가 새로 문 열고 첫번째루다가 기념으로 만들어 준 보림이 드레스.

할매가 자랑하고 싶어서리... 히히히.

 이쁘죠이~ 입혀노으믄 더 이쁘당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