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2
아이들에게 의논을 하니 두 아들은 극구 말린다. 그러나 결정적인 용기는 미국에 사는 큰딸아이에게서 얻었다. 대학교수로 정년을 마친 안사돈이 곧 병원에서 청소를 한단다. 팔십을 바라보지만 늘 부지런히 몸을 놀려서인지, 몸이 날렵하고 아픈 곳이 한 곳도 없다 한다. 사람은 무엇엔가 소속이 있어야 한다는 딸아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막내 딸아이도 엄마가 뭔가는 해야 한단다. 기기가 없어서 다시 구입을 해야 한다든가 터가 없어서 세를 얻어야 하는 것도 아니질 않느냐고. 손님이 없을라 걱정을 할 이유도 없고 손님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할만한 기술도 아니질 않느냐고 부축긴다. 지가 자신을 한단다. 새삼 투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질 않는가고 역설한다. 좋았어. 좋아. 좋아.
셔터만 주루룩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0년 만에 열어 본 가게는 손을 댈 곳이 한 , 두 군데가 아니다. 우선 소복하게 쌓인 먼지가 장난이 아니로구먼. 브라인드로부터 실내를 치장한 발을 뜯어내고 하나하나 손질을 한다. 그런데 이것이 짧은 키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지. 다행히 시설해놓은 것들을 그대로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 그만두라고 말리기만 하던 아들도 설치는 에미에게 두 손을 들고 만다. 연휴를 고스란히 어미에게 투자를 한다. 고마운지고. 영감도 두 손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가만 있어봐. 저 영감은 은근히 바라던 일이었남? 이제 살려놨으니 부려먹고 싶어 진 것이여?
이것을 보게나~. 지퍼 등 속 재료가 한 박스씩 나온다. 이 많은 것들을 묶어놓고 문을 닫았으니 영감으로서는 마누라가 좀은 한심했겠다. 환자로 살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많이 얄미웠겠다. 이층에 올려놓았던 집기들을 내려다놓으니 제법 그럴사하다. 간판? 내가 쓰지 뭐. 크크크. 난 뭘 해도 참 잘해요(메~롱!).
와~! 동네가 다 환해졌다 한다. 늘 굳게 닫혀있던 셔터가 열려서 하는 소리겠다. 집값이 오르겠단다. 그렇지 그렇지. 마침 담쟁이덩굴이 한창이라 의상실을 오롯이 감싸서 멋스럽다. 내가 봐도 이쁘다. 이름 하여 (별궁). 아니라고 소리지를 사람도 없지만 이름이야 내 마음이지 ㅋㅋㅋ. 대로변에서 소방도로를 낀 이곳으로 옮겨 올 때는 단골들을 몰고 들어와서 수입이 제법 짭짤했다. 이젠 그 손님들엔, 백골이 진토가 된 이들도 있고 건재하다 한들 맞춤 옷 입고 멋을 부릴 만 하질 않다. 커피타임의 친구만으로도 족하지. 그렇지 않아도 시간 때울 곳이 없다고 툴툴거리던 양반들이 아닌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어른들도 계시던 걸?!하~.
휴~! 좋다.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혹 안면이 있는 이들이 문을 빼꿈 열고 아는 채를 한다. 그 아니 좋은가.
“커피 생각 나시면 오세요. 언제든지.”
“OK~!”
하하하. 대답도 시원하고 내 마음도 시원하다. 굳이 양장점임을 강조하고자 <의상실>의 간판을 크게 달았다. 물론 <리폼 하우스>도 달았다. 내가 무언가 할 수 있음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에헤라 디여~~~~!
보림아~!
할미 양장점 문 열었다. 오니라. 내, 니 옷은 영원히 공짜다 공짜. 첫 작품으로다가 보림이 흰드레스 맹글어 놨다. 어서 오니라. 니가 만지고 싶은 게 많을 것이여. 오니라이~. 그란디, 절대루다가 <수선집>이라고는 혀지 마라이~. 수선을 할망정, 수선집아줌마가 아니라, 곧 죽어두 할미는 양장점 마담이랑께. 케케케.
하는 거 없이 올랐다 내렸다 바빠요.
우리 세대엔 미싱사출신 많지요. 동지애를 느낍니다.
무리할 정도로 일이 없어요.
그래도 열어놨으니 뭔가는 하고 있어야겠기에 바쁜 척합니다.
늘 빠지지 않고 댓글 주셔서 감사해요^^
다들 어디서들 잘살고들 있겠지요..ㅎ 암튼 다시 문열게 되신거 축하드리고요..동네 사랑방 역활도 톡톡히 하겠네요..ㅎ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집에만 있으니까 자꾸만 드러눕게 되더라고요. 원래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문 열었습니다. 잘 한 거 같습니다. 부지런해졌어요. 님도 어서 일어나세요. 뭐엔가 소속이 되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축하 드려요. 멋쪄요 ㅎㅎㅎ
양장점 마담 언니 재탄생. 세상에서 제일 멋진 건강법은 꼼지락이래요.
추카송 불러드립니다. 무궁한 발전 기원드릴께용^^
글쎄요. 보림이 용돈이나 벌려나? 암튼 잘 한 일 같아요. 친구들도 제가 윗층에 있을 때보다 자유롭게 드나들고요. 지나는 사람들과 눈인사도 하고요. 진즉에 했을 걸 그랬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저는 어젯밤도 남방하나 줄이느라 밤잠을 설쳤지요...ㅎㅎㅎ
보림이가 어디 옷만 얻어 입겠는지요, 용돈도 두둑히 주실텐데...ㅎㅎㅎ
감사합니다. 맞아요 골목 안 작고 아담한 가게. 매실님이 다녀가신 듯 그리시네요 ㅎㅎㅎ. 미국에선 할 일없이 노는 게 흉이라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역시 엄마의 마음은 딸들이 알지요.
아들들은 그저 편안히 아무것도 안하게끔 가만히 모시는 게
가장 큰 효도인 줄 안다니까요.
안사돈 정말 대단하시네요.
교수로 정년퇴임하고 병원 청소를 하신다니
그리고 건강관리도 잘 하셔서 건재하시다니 정말 부러울 따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