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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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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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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BY 만석 2014-05-05



~ 옛날이여! 

  

월세로 내놓은 아래층이 나가질 않는다. 아마 한 일 년은 됐지 싶다. , 내 경우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요새로 월세가 잘 나가지 않는다는 부동산의 전언이다. 그렇다면 다시 내가 열어봐봐? 02학번으로 늦은 대학생 노릇을 하느라고, 잘 나가던 양장점을 과감하게 닫았던 게 벌써 12. 바늘 하나도 치우지 않고 덥석 셔터만 내리고 학교를 다녔으니 용기가 가상하렸다?!

 

졸업을 하고는 외도를 했다. ‘세월을 잘 만났으면 서울대를.’하며 바라보는 지인들의 아쉬움이 내겐 큰 용기로 작용해서 다른 일을 하고 싶었나 보다. 용케도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렸다. 여성부에 적을 두고 기자로 활동을 하기도 했고, 복지관의 명강사로 불려 다니기도 했다. 한 술 더 떠서 한글교육까지, 차고 넘치는 오지랖을 떨었다. 좀 더 일찍 전업(轉業)을 할 것을.

 

그러나 내 복은 여기까지였던가 보다. 식도암으로 수술을 받은 지 올해로 6년째다. 암 수술 5년이면 완치라 했겠다?! 그렇지 않다 하드라도 앉아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만 있고 싶지는 않다. 무료하고 지루하고 갑갑하고 한심하고 또. 그렇다. 원래 라는 사람은 이렇게 여유롭게 건들거리지 못하는 성미다. 여태 그렇게 지낸 게 장하다 

 

. 너무나 바쁘고 힘들게 산 세월에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었던 적도 있긴 했지. 그래서 수술을 받은 뒤로 완쾌라는 판정을 받는 5년 동안은 원했던 대로,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나 보다. 무료하지도 않고 지루한 줄도 모르고 갑갑하지도 한심하지도 않은 채 그렇게 잘 지냈으니. 그러나 이젠 그도 신물이 난다.  

 

새해 들면서 기지개를 편다. ‘어디 이젠 슬슬 일어나 볼까나?’ 푸하하. 그러나 내 나이 어느 새 칠십 줄에 걸려 있다. 어딜 가겠는가. 새파란 젊은이들과 나란히 직장을 구하려고 두리번거리는 건 꼴불견이다. 그래선 안 되지. 오라는 곳도 없지만 간다 한들. 마음도 늙고 몸도 늙어 손자 같은 녀석들과 겨룬다는 게 내 생각에도 가소롭다. 뭘 해보고 싶긴 한데 말이지.

 

아하~! 있다. 나는 운이 좋게 남다른 재주가 있지 않은가 말씀이야. 살아가는 방편이긴 했지만, 셔터를 내린 가게가 있지 않은가 말이야. 세도 나가지 않으니 내가 다시 문을 열어? 그래 봐봐? ‘대학까지 나온 학사님이 다시 잣대를 잡아?’ ‘바늘을 잡아?’ ‘그 많은 등록금을 내놓고 겨우 제자리로 돌아왔구먼.’ ‘등록금이 아깝다.’고 참새 떼들은 얼마나 입방아를 찧을까나.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요즘은 맞춤옷점(양장점)이 사향 길을 걷는다는 게다. 어린 사람들은 양장점이라는 단어 자체를 낯설어한다. 그들은 기성복세대니까 당연하다.

양장점이 뭐예요?”라고 되묻는 말에 나는 차마 놀랄 수도 없다. 세상도 변하고 세대도 변했다는 말이겠다. 그러니 문을 연다고 무슨 손님이 있겠느냐는 말씀이야.

 

문을 열어봤자 수선집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수선집 아줌마가 되는 게야?! 내키지 않는 일이다. 말년에 이게 무슨 반전이람. 반드시 벌어야 먹고 사는 일도 아닌데 말이지. 만나는 이들에게 묻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 하고. 그런데 한 사람도 그걸 뭐 하러 다시 하려 하느냐는 사람이 없다. 그 좋은 기술을 왜 썩히느냐고 한다.

 

보림아~! 

할미가 다시 양장점을 할까나? 할미가 집에만 있으니께 우울증이 올라는 갑다. 돈을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람들 구경도 하고 말이여~. 걍 사랑방처럼 이야기꾼들만 온다구 누가 뭐랄 것이여? 할미가 잦은 식사 땜시로 외출을 못하니께 제격이긴 한디. 까이꺼 손님 없음 우리 집 여자들 옷만 만들어 입혀도 그게 워디여? 니 엄마에 고모들 둘에 네 작은엄마까징. , 할미랑 보림이까지 더하믄 합이 일곱이네? 히히히. 보림이 생각은 워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