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미쳐 살아보자고 작정하고 산 시간이 십년이 넘었다.
꽃과 나무는 내게 사랑스런 아기들이었고, 위로를 주는 친구 때로는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따로 모아보고 싶다.
오솔길
그저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심기만 하면 꽃밭이 되는 줄 알았다.앞뜰도 뒷뜰도 온통 꽃과 나무로 가득 채웠다.그런데 이상하다, 이쁘지가 않다. 이쁘지도 않지만 불편하기도 하다.심었다고 끝이 아니고 가꾸고 보살펴야 하는데 내 발길에 꽃과 나무가 밟혀 죽기도 한다.밟지 않으..
35편|작가: 낸시
조회수: 714|2020-09-22
또 다른 의미의 가족
고향집 꽃밭에는 작지만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 있었다. 어린 시절 추억 중에 연밥에서 도토리 닮은 연실을 빼내어 먹던 기억이 선명하다.행복한 느낌과 함께 떠오르는 그 추억 때문일까, 나도 연못을 갖고 싶었다.연못을 만들고 싶다는 말에 남편은 반대하지 않았다.아니 앞장 서..
34편|작가: 낸시
조회수: 645|2020-09-22
달팽이와 반딧불이
달팽이가 많다.많아도 너무 많다.산책길에 이쁘다고, 이웃집 뜰에서 몇 개 주워온 게 실수였다.한국에 살 때, 달팽이는 그저 귀여운 것이었지 골치꺼리는 아니었다.기후가 다른 이 곳 텍사스에서는 달팽이의 번식속도가 어마 무시한 것을 미처 몰랐다.달팽이 때문에 마음대로 꽃을..
33편|작가: 낸시
조회수: 665|2020-09-22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다.미국에 와서 무궁화를 보는 마음이 한국에서하고 많이 다르다.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무궁화를 보면 무척이나 반갑고 기쁘다.한국에선 이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볼 수록 정이 가는 사랑스런 꽃이 되었다.이쁜 꽃과 나무라고 ..
32편|작가: 낸시
조회수: 876|2020-05-19
꽃 장사
코로나로 휴업에 들어가면서 관리하기 좋게 화분을 한 곳에 모았다.흩어져 있던 때보다 모아보니 훨씬 더 많아보인다.하긴 화분 수가 많아지니 물주는 것도 일이 되었다.코로나로 혹시 내가 죽기라도 하면, 이 화분들은 어쩌나...안쓰러운 마음도 잠시 들었다.암튼 기회가 되면,..
31편|작가: 낸시
조회수: 794|2020-05-16
덤으로 얻어지는 것들
두 번째 식당을 맡아하던 이가 그만하고 싶다고 한다.지금 하는 식당도 코로나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다시 맡을 수도 없다.결국 폐업하기로 했다.폐업하기로 결정하니 제일 아까운 것은 그동안 가꾸던 꽃과 나무다.건물 4층에 있지만 화분에 심어 가꾼 꽃과 나무가..
30편|작가: 낸시
조회수: 705|2020-05-16
영치기 영차
미국 시민이 되어 산다고 미국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내가 가꾸는 꽃밭도 마찬가지다.텍사스 땅에 만들어져도 한국식이 될 수 밖에 없다.내게 익숙한 정원은 가장자리에 돌이 놓여 있었다.미국 사람들이 가꾸는 정원에는 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돌이 있으면 훨씬 더 이쁠텐데..
29편|작가: 낸시
조회수: 832|2020-04-26
이까짓 고생 쯤이야
꽃과 나무에 미쳐보기로 하고 꽃 모종을 사다 심어보니 쉽지 않았다.이쁜 꽃이 내가 사다 심으면 얼마 못가고 시들시들 죽어나갔다.무엇이 문제일까...대부분의 식물은 물빠짐이 좋은 흙을 좋아하는데 텍사스 흙은 딱딱하게 굳은 진흙 같다.농사꾼 부모 밑에서 자랐으니 흙이 문제..
28편|작가: 낸시
조회수: 643|2020-04-26
꽃밭의 시작
숱하게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내 꽃밭 이야기다.꽃밭을 만들어가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우리집은 대지 300평 건평 50평 쯤 될 것이다.십오년 전 이사하고, 내게 주어진 화폭이었다.앞뜰에 장미 한 그루 뒷뜰..
27편|작가: 낸시
조회수: 525|2020-04-25
오늘의 가르침
꽃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꽃과 친하다.꽃과 친하니 씨앗을 맺기 위한 그들의 노력도 절로 알아진다.어느 해던가 비가 오지 않아 가뭄에 강하다던 채송화마저 모두 죽었다.내내 오지 않던 비가 늦가을에야 내렸다.바짝 말라붙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땅에서 온갖 풀이 돋아..
26편|작가: 낸시
조회수: 1,016|2020-04-24
대롱대롱 풀잎마다
아침이면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이다.요즘 일기예보는 시간별로 자세히 나와 참 좋다.아침엔 흐리고 점심 쯤 비가 내리고 그 후에는 맑아진다, 오늘의 일기예보다.꽃밭을 망치고 있는 달팽이 잡기 좋은 날이다.오늘처럼 비오기 직전 꾸무룩한 날은 달팽이..
25편|작가: 낸시
조회수: 747|2020-04-23
달팽이 천국
우리집 뜰의 달팽이다.예쁜 조개 같기도 우렁 같기도 하다.하지만 겉모양과 달리 하는 짓은 얼마나 미운지 모른다.겉모양에 혹한 내가 미련하고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아침 산책 길에 어느집 뜰에 기어다니는 달팽이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몇개 주워 우리집 뜰에 놓아주..
24편|작가: 낸시
조회수: 1,018|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