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꽃밭에는 작지만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 있었다.
어린 시절 추억 중에 연밥에서 도토리 닮은 연실을 빼내어 먹던 기억이 선명하다.
행복한 느낌과 함께 떠오르는 그 추억 때문일까, 나도 연못을 갖고 싶었다.
연못을 만들고 싶다는 말에 남편은 반대하지 않았다.
아니 앞장 서 연못을 만들어주었다.
처음 만든 연못은 실패였다.
빗물이 연못으로 흘러들어가 물이 넘치자 물고기가 연못 밖으로 나와 죽어버렸다.
연못의 높이를 주변 땅 높이보다 높게 하라고 한 이유가 이해되었다.
주변 높이보다 분명 낮아보이는 연못들이 많은데, 크기하고도 관계가 있는 것인가.
실패한 연못이 있는 집은 겨우 일 년을 살고 이사했으니 잊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을 배운 수업이기도 하단다.
새로 이사를 하고 다시 연못 만들기에 도전했다.
노냥 남편 흉을 입에 달고 살지만 이럴 때 남편은 애처가 중 애처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땅을 깊이 파고 내가 원하는 연못을 만들어 주었다.
물을 순환할 수 있게 모터도 달고, 애완동물 파는 곳에 가서 금붕어도 사다 넣었다.
밤이면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자장가 대신이다.
금붕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기쁨이다.
발자욱 소리를 듣고 모이를 달라고 모여드는 것도 이쁘다.
낯 선 발자욱 소리를 구분하고 숨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금붕어도 오래 같이 살다보니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뒷뜰에 나가면 기분이 좋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듯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