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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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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롱대롱 풀잎마다


BY 낸시 2020-04-23

아침이면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요즘 일기예보는 시간별로 자세히 나와 참 좋다.
아침엔 흐리고  점심 쯤 비가 내리고 그 후에는 맑아진다, 오늘의 일기예보다.
꽃밭을 망치고 있는 달팽이 잡기 좋은 날이다.
오늘처럼 비오기 직전 꾸무룩한 날은 달팽이들이  많이 나와 있다.
높은 습도를 좋아해서인지 물에 빠져죽지 않으려는 것인지, 아리송이다.
암튼 달팽이란 달팽이는 모두 기어나와 풀잎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달팽이를 잡다, 풀잎에 조롱조롱 매달린 아기달팽이가 이슬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문득, 시골집 모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이슬을 바라보던 어린 소녀가 떠오른다.
학교에서 배운 동요를 부르고 있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롤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잊고 있었던 동요와 함께 떠오른,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 감탄하던 기억이다.
그 때 그 시절 참 행복했었는데...그립다.
어머니, 아버지, 언니들 그리고 남동생도 떠오른다.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도 고향집 꽃밭에 피고지던 꽃들도 선명하다.
풀잎에 맺혀있던 물방울처럼 아름다운  추억들이 줄줄이 딸려나온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꽃밭 사이를 팔딱팔딱 뛰어다니던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소녀가 바로 나였었는데...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는데...

흰머리에 주름진 얼굴의 할머니로 태어난 것처럼 살고 있었다.
신기한 것도 없고 감탄할 일도 없고 재미있는 것도 없고...
놀이로 생각하면 달팽이 잡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다.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 소녀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아니, 그렇게 보려고 노력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