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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치기 영차


BY 낸시 2020-04-26

미국 시민이 되어 산다고 미국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꾸는 꽃밭도 마찬가지다.
텍사스 땅에 만들어져도 한국식이 될 수 밖에 없다.
내게 익숙한 정원은 가장자리에 돌이 놓여 있었다.
미국 사람들이 가꾸는 정원에는 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돌이 있으면 훨씬 더 이쁠텐데, 서양식 정원을 보면서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어디서 돌을 구한담, 낯선 나라에 사니 돌을 구하는 방법도 모른다.
한국에선 사방천지에 돌이 널려있었는데 여기선 돌이 눈에 띄지도 않는다.

돌을 공짜로 주워가라는 농장 주인이 있다 한다.
남편이 중고나 공짜 물건 거래하는 곳에서 봤다고 일러준다.
농장 위치를 살펴보니 우리집에서 그닥 멀지 않다.
아싸, 신난다.
같이 살고있던 딸 친구 제니퍼랑 남편이랑 셋이서 돌을 주우러갔다.
농장 주인이 일러준대로 문을 통과해서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
서부영화의 무대인 텍사스이니 농장이 많은 것은 알고있지만 안에 들어선 것은 첨이다.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 살피니, 흙은 거의 보이지 않고 온퉁 납작잡작한 돌들로 덮여있다.
소나 말이 뜯어먹을 풀이 자라야 할 곳을 돌이 덮고있으니 그랬구나...이유를 알 것 같다.
무거운 돌은 셋이서 힘을 합해 차에 실었다.
영차 영차, 영치기 영차...크고 작은 돌을 열심히 자동차로 실어날랐다.
식당이 문을 닫는 일요일마다 갔다.
돌을 원하는 만큼 구했다.
얼씨구나 절씨구나 땡이로구나...였다.

얼마 후, 우리가 가져온 돌이 사실은 엄청 비싼 것이었다고 남편이 그런다.
접촉사고가 나서  간 정비소에서 무거운 물건을 많이 실어 차축이 휘었다고 했다는 거다.
이런 것은 보험도 안되고 고치는데 제법 돈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못가 결국 폐차하고 말았다.
폐차할 정도로 오래된 차는 아니었는데 아마도 돌을 실어나른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돌도 트럭으로 사면 그리 비싸지 않다는 것은 나중에 나중에 알았다.

비싼 돌이었다고 나중에 속이 좀 쓰리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돌 주우러 일요일마다 농장에 가던 일이 소풍 같았다.
남편과 노냥 싸우고 산 줄 알았더니 생각해 보니 이런 때도 많았다...ㅎㅎ
무거운 돌을 줍다 힘들면  납작 바위 위에 두 팔 뻗고 벌렁 누웠다.
푸른하늘에  떠있는 흰구름을 바라보니 마음이 저절로 한가하고 평화롭다.
바쁜 일상에서 그런 기회가 어디 쉬운가...
풀을 뜯다 커다란 눈을 꿈벅이며 우리를 바라보는 소를 가까이서 보는 것도 좋았다.
이름 모를 풀꽃과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도 기쁨 중 하나였다.
꽃을 보는 것만이 꽃밭이 주는 기쁨이 아니다.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기쁨이고 행복이다.
꽃밭을 만들기로 한 것은 정말 잘한 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