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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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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천국


BY 낸시 2020-04-21


달팽이 천국우리집 뜰의 달팽이다.
예쁜 조개 같기도 우렁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겉모양과 달리 하는 짓은 얼마나 미운지 모른다.
겉모양에 혹한 내가 미련하고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
아침 산책 길에  어느집 뜰에 기어다니는 달팽이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개 주워 우리집 뜰에 놓아주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원래 식용으로 기르던 것들이 탈출하여 퍼진 거라고 한다.
이쁜데 먹을 수도 있다니 횡재라도 한 기분이다.
된장 찌개에 넣어볼까, 아니면 버터를 발라 구워볼까...상상의 나래를 폈다.

해가 바뀌고 달팽이 숫자가 늘어 식용이 가능할 만큼 숫자가 되었다.
농장에서 기르는 것과 달라 독성분이 있는 풀을 먹었을 수도 있으니 잡아서 일주일 쯤 지나 독성이 빠진 다음 식용으로 하는 거란다.
시키는 대로 해봤는데 쓰고 질기고 퉤퉤퉤.
달팽이 요리가 최고급 요리라던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지만 아니올씨다였다.

해가 바뀌고  또 바뀌고, 달팽이 수도 따라서 늘었다.
잔디 대신 온통 꽃과 나무가 심겨있는 우리집 뜰은 달팽이 천국이다.
잡아도 잡아도 줄지 않는다.
비가 내린 뒤에는 비릿한 냄새까지 난다.
약을 해서라도 죽이라고 남편이 성화다.
화학물질이라면 비료도 쓰길 거부하는 나도 어쩔 수 없다.
달팽이 죽이는 약을 사다 뿌렸다.
그래도 씨를 말리지는 못한다.
없어진 것 같다 또 숫자가 늘어난다.
귀여워 보이던 달팽이가 너무 많아져 이제는 징그럽다.

때론 이런 생각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공존하는 거야,
우리집 뜰에 꽃과 나무만 살란 법이 어딨어, 벌레도 살고 달팽이도 살아야지.
그래야 그것을 먹고 사는 새도 날아드는 거지.
그 생각은 잠시다.
이쁘라고 키우는 화초가 달팽이에 뜯어먹혀 지저분해 보인다.
특히나 아끼는 다육이에 들러붙어  파먹고 있는 달팽이를 보면 맘이 무너져내린다.
어지간해야지, 작작 파먹어라, 그만 좀 파먹어, 도무지 염치라곤 없으니...
새들은 뭐하는 거야, 달팽이 좀 잡아먹지.
애먼 새까지  들먹이며 짜증을 내보지만 이 모든 것은 내 탓일 뿐이다.
달팽이가 뭐가 이쁘다고 주어 들여 이 고생인지...

내 불평과 상관없이  지금 우리집 뜰은 달팽이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