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식당을 맡아하던 이가 그만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 하는 식당도 코로나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다시 맡을 수도 없다.
결국 폐업하기로 했다.
폐업하기로 결정하니 제일 아까운 것은 그동안 가꾸던 꽃과 나무다.
건물 4층에 있지만 화분에 심어 가꾼 꽃과 나무가 제법 많다.
하기야 식당 이름이 '낸시의 하늘 정원'이니 꽃과 나무가 많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어떻게 꽃과 나무를 옮길까, 살피러 갔다.
일 년 만이다.
그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했으니 많이 죽었다.
여기도 죽었네, 아이고 저기도 죽었구나...그나마 다육이 종류는 여전히 싱싱하다.
커다란 화분에 심긴 나무도 잎이 반은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지만 아직은 살아있다.
'어머, 어머...저게 뭐야.'
잎이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 새집에 새 한마리가 앉아있다.
날 빤히 바라보면서도 그닥 경계하는 것 같진 않다.
야생비둘기로 보인다.
꽃과 나무를 가꾸다보면 덤으로 얻어지는 것들이 많다.
나폴나폴 날아다니는 나비를 눈으로 좇다보면 나도 덩달아 나비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붕붕거리며 꽃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벌을 보고 있으면 거꾸로 내 마음은 얼마나 한가로워지는지...
여기서 반짝 저기서 반짝하는 반딧불을 바라보면 행복했던 유년시절로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다.
오늘처럼 나뭇가지에 깃든 새를 발견하는 것 역시 뜻밖의 기쁨이다.
이렇게 이쁜 새를 가까히 볼 수 있다니, 날 경계하지도 않으니 내가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다.
꽃과 나무에 미쳐 살기로 작정한 것은 이래저래 참 잘한 일 같다.
밤 늦도록 낮에 본 새가 눈에 아른거리고 , 나는 여전히 행복한 기분에 잠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