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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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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가르침


BY 낸시 2020-04-24

꽃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꽃과 친하다.
꽃과 친하니 씨앗을 맺기 위한 그들의 노력도 절로 알아진다.

어느 해던가 비가 오지 않아 가뭄에 강하다던 채송화마저 모두 죽었다.
내내 오지 않던 비가 늦가을에야 내렸다.
바짝 말라붙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땅에서 온갖 풀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채송화도 있었다.
봄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미처 싹도 티워보지 못하고 씨로 남았던 채송화가 싹을 틔운 것이다.
곧 겨울이 되고 그러면 얼어죽을 텐데,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겠구나...내 생각이었다.
웬걸 1센티 남짓 되어보이는  채송화가, 미처 자라지도 않았는데 꽃을 피웠다.
이게 뭐야, 아니 이 어린 것이 벌써 꽃을 피우다니...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은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다음 생을 기약한다던 여고시절 생물선생님 말이 떠올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으로 치면 초등도 들어가기 전 어린아이 쯤인데...
그 후로 씨앗을 맺기 위한 꽃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환경이 어려울 때,  얼마나 처절하고 치열하게 애쓰는지도 알았다.
사람의 일생도 그런 것 같기는 하다.
'대를 잇지 못하면 조상 볼 면목이 없다' 애통해 하는 사극의 대사도 공감이 된다.

꽃의 일생에 나를 비교하기도 한다.
아들과 딸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 한다.
자기 종을 이어가기 위해 하찮은 풀도 이리 열심인데 내 삶의 의미는 뭘까...
헛되이 왔다가는 것인가?
그리 생각하면 허망하고 슬프기 짝이 없다.
열심히 살고픈 맘도 사라진다.
내 삶의 의미는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또 그 자손이 번창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헛되이 살다 가는 것은 아닌가...
최근 수년은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떠올라 우울할 때가 있었다.

오늘 아침도 그래서 조금은 우울했다.
우울한 눈으로 꽃밭을 바라보다 사라진 꽃들이 떠올랐다.
우리집 뜰에는 잠시 왔다 사라진 꽃도 있고 오래 머무는 꽃도 있다.
어떤 꽃들이 잠시 왔다 사라졌을까...
내게 추방 당한 꽃이다.
어떤 꽃들이 추방 당할까...
다른 꽃이 자라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것들이다.
수많은 꽃과 나무가 같이 자라는 곳에서는 지나치게 강한 생명력은 문제다.
그로 인해 다른 꽃과 나무가 치여 죽어가기 때문이다.
자기 종을 이어가는 것이 최고의 가치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우리집 뜰에서 오래오래  사랑 받는 꽃도 있다.
다른 꽃과 잘 어울려 다른 꽃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종류다.
이런 꽃을 생각하면 내 삶이 전혀 의미없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자손을 낳아 기르지 못해도 이웃과 잘 어울려 살면 환영과 사랑을 받을 수 있구나.
수많은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런 삶이 더 좋을 수도 있지.
어차피 자손을 낳아 기르지 못할 바엔 이웃과 잘 어울려나 살아야겠다.
둘 다 못하면 그야말로 의미없는 일생이 되어버릴테니...

나는 꽃과 나무가 내 스승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오늘 아침은  꽃과 나무가 이렇게 일러준다.
'이웃과 잘 어울려 살아라.'
그것이 사랑 받는 비결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