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에 미쳐보기로 하고 꽃 모종을 사다 심어보니 쉽지 않았다.
이쁜 꽃이 내가 사다 심으면 얼마 못가고 시들시들 죽어나갔다.
무엇이 문제일까...
대부분의 식물은 물빠짐이 좋은 흙을 좋아하는데 텍사스 흙은 딱딱하게 굳은 진흙 같다.
농사꾼 부모 밑에서 자랐으니 흙이 문제라는 것 쯤은 알았다.
하지만 그 때는 월세로 남의 집에 살 때다.
흙을 사는데 쓰는 돈이 아까웠다.
결국 수없이 많은 화초를 죽이고 드디어 흙을 사는데 돈을 쓰기로 했다.
화초를 살 돈을 나누어 반은 흙을 사고 반은 화초를 샀다.
심기만 하면 죽어나가던 화초가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잔디밭에도 흙을 사다 뿌렸더니 잔디가 파랗게 살아났다.
그런 것이구나...알았다.
반은 화초에 반은 흙에 투자하는 것이 몇배나 효과가 좋았다.
월세로 사는 남의 집 땅에 돈을 쏟아붓는 나를 미쳤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꽃과 나무에 미쳐보기로 했으니 미쳤다는 말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 꽃밭을 만들면서 예전에 했던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미리미리 흙에 투자하기로 했다.
화분 몇개가 아니고 300평 땅을 바꾸는 것이니 흙을 사다 부어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50파운드 30포대를 섞었는데 티도 안난다.
방법을 바꿔야지, 포대가 아니고 트럭으로 파는 곳을 찾았다.
진즉에 트럭으로 살 것을, 와~ 싸다.
두 트럭 가득, 포대로 따지만 삼천 포대가 넘는 거름 흙을 샀다.
차고 앞에 두 트럭이나 되는 거름 흙이 쌓여있으니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다.
두 트럭이나 되는 흙을 퍼나르는 것은 내 일이다.
앞뜰로 뒷뜰로 흙을 퍼날랐다.
남편은 이런 일에 도움되는 사람이 아니다.
섭한 마음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기꺼이 흙 사는 일에 동의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꽃밭 만들기를 원한 사람은 나지 남편이 아니니 그것이 맞다.
식당 일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흙을 퍼날랐으니 몇 달이 걸렸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숨이 차 헉헉거리면서 낑낑거리는 내가 나도 우습다.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사서 하는 고생이다.
하지만 힘든 몸과 달리 마음은 기쁨에 차 있었다.
꽃과 나무가 가득 찬 앞뜰과 뒷뜰을 상상하면 이까짓 고생 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고생이 아니었다.
그 보다는 내게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고 있었다는 말이 더 맞다.